[식물과 사람=8] 과남풀(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

 9월을 기다린 진보라 꽃망울

 

가을에 들어서면서 보랏빛을 내는 꽃들이 눈에 많이 띤다. 이끼원에 핀 금강초롱, 들꽃동산에서 하늘거리는 솔체꽃, 층층이 피어난 층꽃풀, 파스텔 톤의 연보라빛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등. 그 중에 유독 강렬한 보라색 점을 찍듯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바로 암석원 연못주변에서 복스러운 꽃망울을 이제 막 탐스럽게 피어내는‘과남풀’이다. 웅담(熊膽)보다 쓰다하여 이름 붙여진‘용담(龍膽)’이 우리에게는 더 익숙한 이름이다. 최근 식물분류학에서 칼잎용담, 과남풀, 큰용담 등 다른 종으로 구분했던 몇몇 Gentiana속 식물을 같은 종으로 여겨 국가표준식물목록(산림청)에서는 그 중에서 가장 처음 이름을 붙여진‘과남풀(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로 통합하여 부른다.

 

키는 20-60cm로 자라고 끝이 뾰족한 잎은 마주나 있으며 꽃은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몇 송이씩 모여난다. 저녁과 이른 아침에는 오므리고 있다가 해가 쨍쨍할 때 활짝 피운다. 늦가을까지 오래 피는 꽃인지라 작년에는 첫눈이 일찍 오는 바람에 눈 속에서 꽃을 피워내기도 했었다. 종자를 채취하여 곧바로 씨를 뿌리면 싹이 잘나오며, 부엽이 섞인 토양에 심어 반그늘에서 키우면 잘 자란다.

 

용담에 관해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한 나무꾼이 추운 겨울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토끼가 눈 속에서 풀뿌리를 캐는 것처럼 보여 가보았더니 보랏빛 꽃이 달린 풀이 있었다고 한다. 나무꾼은 그 풀을 산신령이 내려준 것이라 생각하여 위장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께 달여 드렸더니 다음날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한방에서‘용담(龍膽)’이라 불리며, 가을철에 캐서 말린 뿌리는 간기능 보호, 담즙분비 촉진, 이뇨작용, 혈압강화, 진정작용, 항염증 작용들이 있어 소화불량, 간경열, 담낭염, 황달, 두통 등 많은 증세에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