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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억의 기적소리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7월 02일

 

윤순옥(포천의제21 고문)


 


토요일날 갔다가 일요일에 돌아오는 주말 여행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지만 우리는 벼르던 1박2일 여행을 일요일 오후에 떠났다.


예상대로 서울 쪽으로 돌아오는 차량행렬은 거의 진열상태였고 반대편 우리가 떠나는 도로는 앞이 확 틔여 있어 유명인사의 사열 받고 가고 기분이다.


차가 막혀 답답한 사람들의 기분을 왜 모르리. 일요일 전국에 비가 내린다고 한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흐린 날씨에 상큼한 바람맛까지 우리의 기분은 최상이었다.


도착지인 주문진까지 시원하게 내려갔다. 미리 전화로 연락된 민박집은 남편의 20년전 알고 지낸 젊은 사람들이라 만나니 편하고 반가왔다.


횟집까지 겸하고 있어 자연산 횟감으로 감칠 맛나는 저녁식사를 하고 안개비가 촉촉이 내리는 해변가를 고성방가로 거닐다보니 우리 일행 여섯 명의 완전한 독무대다.


관객은 엉망인 출연자라도 한마디 질책 없이 파도를 철썩이며 박수를 보내는 저 넓은 수평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해변의 모래밭은 남기고 간 그들의 체취인양 부드럽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돌아오는 날에도 천천히 구경하고 적은 값에 별미를 즐기며 어느 휴게소에 도착해 애절한 배호의 노래소리에 CD도 한 장사서 차안의 분위기가 숙연하다. 사람은 갔어도 남아있는 목소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취한 듯 노래소리에 빠져 있는데 한소절 끝나고 효과음에서 애잔한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린다.


순간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녹색의 산야가 그림처럼 아름답고 춘천호 물결위로 환상의 열차가 날아가고 있는 듯 하다.


갑자기 40년 가까운 옛날이 생각남은 무슨 연유일까?


20대 초반에 부산 언니집에 같이 있을 때 고향의 부모님이 위중해서 언니와 나는 중앙선 완행열차에 꼬마 조카도 함께 올랐다.


열차가 영주역인가 왔을 때 점심으로 김밥을 사고 마침 플랫홈에 식수대가 있어 물을 뜨러 내려갔다가 순서를 기다려 거의 물병이 차오르는데 기적소리를 울리며 기차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ꡒ어머 어떡해ꡓ 질려버린 듯 난감한 나에게 난데없이 손을 잡고 뛰는 게 아닌가? 전후사정 살필여유가 없었다. 사력을 다해 그 사람에게 이끌리다시피 해서 뛰어 우리는 열차 맨 끝칸을 잡을 수 가 있었다.


안도의 한숨보다는 턱에 차오른 가쁜 숨 몰아쉬기에 상대 파악도 할 새가 없었다. 분명 건장한 젊은 남자라는 것밖에.... 순간 더 급한 것은 나를 애타게 기다릴 언니 생각에 그 사람에게 고개만 끄덕하고 언니가 있는 곳을 찾아 돌아서는데 분명 나를 향해 뭐라고 했는데 뒤도 안보고 와버렸으니 얼마나 매너 없는 무식한 여자라고 하진 않았을까?


이 생각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온다.


위기의 순간이야 그 사람도 나도 같은 입장이었겠지만 분명 신세를 진 사람은 나였다. 달랑 빈 물병만 들고 낯선 기차역에서 언니와 헤어졌다면 나는 어떤 고초를 당했을지도 모를텐데. 지금 생각해도 얼굴도 기억에서 사라진 그 사람에게 무한 고마운 마음뿐이다. 노래에 얽힌 기적의 여운 때문에 그 옛날 추억이 생각나 감회에 젖어봤다.


알 수 없는 내 미소에 일행들은 영문도 모르고... 추억은 영원한 내 안의 꿈이기도 하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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