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한미FTA체결 포천지역에 미치는 영향

돼지 400두를 사육하는 이인환씨는 한미FTA 체결로 인해 국내 축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업형 축산농가보다는 영세 축산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고 "정부가 직불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직불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영세 축산농가를 살아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도 그는 "정부와 행정관서가 육류에 대한 원산지 표시 단속을 강화한다면 생각보다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 송아지 한 마리에 25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원가는 8-90만원이다. 또 도축에 들어가는 소 값이 700만원 이상인데, 원가는 500여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국내 축산물 시장은 그동안 너무 비싼 측면이 많았다고 말하고 이제라도 적정한 축산물 가격이 적정하게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미FTA 체결이후 축산농가 보호차원에서 축산농가 직불제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한우 2마리, 돼지 200두, 가금류 2천수 등이면 일률적으로 축산농가로 분류하고 있다. FTA체결에 따른 축산농가 보호차원에서 시행하는 축산농가 직불제 시행을 일률적으로 한다면 기업형 축산농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소형 축산농가는 도산할 수 밖에 없다.

포천지역에서는 한우 540여 농가, 젖소 360여 농가, 돼지 230여 농가, 닭 250여 농가 등 2천여 농가들이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돼지 사육량 전국 4위권, 양계(닭)는 전국 최고 생산지역이다.

한미FTA체결 이후 포천지역 반응은 농축산업과 제조업체 등 관련 산업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농축산업 종사자들은 FTA체결에 따라 경쟁력 상실은 물론 농축산업 기반마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축산농가와 양기원 포천축협장은 그동안 축산업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일례로 축산농가를 소 2두, 돼지 200두, 닭 2천수 등으로 분류한 것은 영세 축산농가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축산농가 직불제 시행은 결국 영세 축산농가가 들어설 곳이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섬유와 자동차 관련 산업은 FTA체결로 중국과의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미 수출에서 중국 등 동남아 국가와의 경쟁력이 강화되어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FTA체결이 어떤 품목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한미FTA 체결에 따른 관련 산업계의 인터뷰 내용이다.

▶양기원 포천축협장

축산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60세 이상이다. 10년 이후에는 노동력을 거의 상실한다고 볼 수 있다. 10년 후에는 국내산 먹거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또 FTA 체결이후 보상차원에서 직불제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나눠 먹기식 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논농사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농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무마용이 되어서는 안되고 실질적인 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천지역에는 2천여 축산농가가 있다. 한미FTA가 체결되었다고 하지만, 대가축(소, 돼지)은 10년간 세이프가드가 시행되어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쇠고기 수입을 하는데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국내 소 값이 크게 상승한 반면 돼지 값은 하락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FTA체결로 수입육이 증가하면 소와 돼지 가격이 동반 하락 된다. 그동안 한우 사육농가는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송아지 가격이 하락해 농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미국산 옥수수와 사탕무우 등 사료원료가 상승해 최근 사료값이 kg당 20원이 상승했고, 5월이나 6월경에 또다시 상승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나 돼지 생산비의 80%가량은 사료값이 차지한다. 사료값 상승와 축산물 수입개방으로 축산농가는 그야말로 갈 곳이 없다.

돼지고기와 쇠고기가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으로 수입하게 되면 더 문제가 된다. 냉장육으로 수입하게 되면 국내산 고기보다 육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수입 축산물에 대응하기 위해 고급육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자금지원과 함께 품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축산농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인만 포천상공회의소 회장

제조업체 중에서 섬유와 자동차 업종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좀더 지켜봐야 한다. 섬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어떤 품목이 유리한지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섬유업종 가운데 니트와 코튼 등 면 종류는 미국 수출에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한미 FTA 타결은 국제화 시대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관세장벽이 철폐되었다고 해서 누구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정책에 따라 차이는 많을 수 있다. 농축산물 등 불리한 품목도 있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노무현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경제는 한국경제와 경쟁하고 있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산제품은 따라오지 못한다. 이번 한미 FTA 체결로 관세장벽이 철폐되어 중국 상품들은 기술과 가격경쟁에서 한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침체된 국내 섬유시장이 활성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있지 않다고 하는 인식이 필요하고 섬유업 종사자들은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의 고급화에 노력해야 한다.

▶닭 가공업체

현재도 냉동육 많이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FTA체결은 양계산업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노계를 가공하기 때문에 당장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계농가들이 병아리 입식을 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에 닭 구입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국내 닭고기 소비율은 미국의 1/10, 일본의 1/2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닭고기 소비는 쇠고기 소비보다 많다. 닭 사육농가 반응이 어떠한지 지켜보면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국내 양계 농가가 붕괴하면 닭을 가공하는 업체로서는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로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있으면 직원을 감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고 수입 닭고기가 유통되면 닭고기 시장은 더 빨리 붕괴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