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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열/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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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거센 진통을 겪고 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0여 년간 유지되어 온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근본적으로 뒤흔들리며, 언론과 학계, 법조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우려와 불안이 폭발하고 있다.
정치권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이제 대통령의 재가와 공포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개정 법안이 시행될 오는 2026년 10월 이후, 이 거대한 변화의 끝에서 가장 큰 직격탄을 맞게 될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거창한 정치적 구호 뒤에 숨겨진 국민의 불이익과 형사사법의 공백을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할 시점이다.
1. 국민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불이익(힘없는 서민의 눈물)
이번 개정안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및 수사권의 경찰 일원화다.
필자는 ‘경기북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의정부지부’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며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현장에서 함께해 왔다. 수많은 피해자를 보듬어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억울한 사기나 고소·고발 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거나 수사가 미진했을 때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는 피눈물 흘리는 국민에게 마지막 사법 구제의 보루였다. 그러나 이제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을 뿐 스스로 수사할 수 없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에 소극적이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정밀 재수사할 직접적 수단이 사라졌다. 그 결과 사건 처리가 무한정 지연되는 '수사 공백'과 '사건 핑퐁'이 가중되어 비싼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는 힘없는 서민과 피해자들만 구제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된다. 더욱이 수사권에 더해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까지 이첩받은 경찰은 정보력과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무소불위의 독점적 수사 권력을 쥐게 되었다. 국가 권력의 인권 침해를 견제하기 위해 개혁을 추진한다면서, 정작 특정 기관에 권력을 몰아주는 거대 사법 경찰을 탄생시킨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2. 세계 사법제도와의 비교('검사 수사권 전면 박탈'의 독특성)
세계 주요 선진국의 형사사법제도를 살펴보아도 검사의 수사 검증권이나 보완수사 권한을 완전히 박탈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륙법계인 독일의 경우 검찰이 수사절차의 주관자로서 경찰에 대한 실질적 수사지휘권과 보완수사권을 행사하여 인권 침해 및 수사 오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프랑스 역시 검사가 사법경찰관을 직접 지휘·감독하며 중대 범죄에 대해 실질적인 수사 주도권을 갖는다.
영미법계인 미국에서도 연방검찰 및 주검찰이 대배심을 통해 직접 수사를 개시하거나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과 합동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일본 또한 경찰이 1차 수사를 담당하되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독자적 수사 권한을 보장하여 사법적 검증 장치를 이중으로 두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공통된 원칙은 "경찰의 독점적 권력 남용을 막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검사의 실질적 수사 통제 및 보완 권한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검증 장치를 없앤 채 수사권을 전면 독점시키는 구상은 세계 형사사법의 보편적 흐름과도 거리가 멀다.
3. 법의 태동 배경과 정치적 유불리의 계산
이번 법안 개정의 뿌리는 수년 전부터 추진되어 온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검찰의 표적 수사나 권력남용 사례가 개혁의 명분으로 제시되어 왔으나, 법 개정의 실제 추진 과정은 '검찰권 통제'라는 정치적 슬로건에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이 법안이 추진된 정치적 배경과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불리도 명확히 갈린다.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검찰의 칼날을 무력화하고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이루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민생 범죄 수사 지연과 무능한 수사 체계 구축이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될 경우 일반 민심과 중도층의 냉혹한 심판을 받게 될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작 국민 개개인이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4.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곽상언 의원의 소신표결
이번 국회 표결에서 가장 시선을 모은 장면 중 하나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의 반대표 행사였다. 곽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권력을 경계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경찰 권력의 독주도 분명히 경계했다며,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없애고 경찰에 독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다가올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어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소신을 밝힌 곽 의원의 경고처럼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한 뜻은 '특정 기관의 권력 독점이 아닌,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인권 신장'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개정안은 검찰을 견제한다는 목적에 집착한 나머지, 경찰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권력에 어떠한 실질적 견제 장치도 두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결론: 누구를 위한 법인가
형사소송법은 국가 공권력의 행사 규범이자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권력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형사사법제도의 틀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어서는 안 된다.
검찰의 오만을 고치는 처방이 '국민의 사법 구제권 박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찰의 수사 역량이 과연 고도화되는 지능범죄와 간첩 수사, 억울한 민생 사건을 빈틈없이 처리할 수 있는지 엄밀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거대한 변화는, 결국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거창한 구호에서 벗어나, 법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평온한 삶과 인권 보호'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의 눈물이 눈에 보인다는 경고를 외면한 개혁은 결국 개혁이 아니라 사법 퇴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6년 8월 4일
최호열/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전)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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