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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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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스치며 살아갑니다. 명함에 적힌 화려한 직함, 세련된 옷차림, 유창한 말솜씨는 그 사람이 어떤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는지 보여주는 좋은 지표가 됩니다. 자본주의와 경쟁이 미덕이 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의 외양과 스펙을 보고 그 사람의 가치를 성급하게 재단하곤 합니다. 그러나 한 인간의 깊이와 본질, 즉 '진짜 사람됨'은 그가 가진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 가장 평범하고 낮은 곳을 향할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영국의 작가 J.K. 롤링은 “그 사람의 진짜 사람됨은 동등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못한 사람'이란 결코 인간적 가치가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회적 지위, 경제적 여유, 혹은 권력의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들을 뜻합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보다 힘이 세거나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쉽게 고개를 숙입니다. 그것은 예의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거나 철저히 계산된 연출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인격은 계산이 필요 없는 순간, 즉 내가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날것 그대로 드러납니다.
식당과 아파트 경비실, 일상에서 드러나는 인격의 민낯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대화를 나누던 이가 음식을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작은 실수에 기다렸다는 듯 폭언을 퍼붓는 모습, 아파트 주민이라는 이유로 매일 마주치는 경비원이나 미화원에게 무례한 갑질을 일삼는 뉴스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씁쓸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식당 직원에게 따뜻한 감사 인사를 건네고, 추운 날 고생하는 택배 기사에게 음료수 한 캔을 건넬 줄 아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친절에는 어떤 대가나 보상도 따르지 않습니다. 그저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존엄성을 가진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깊은 존중이 깔려 있을 뿐입니다.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밑바닥에는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함이 숨어 있습니다. 반면, 약자에게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마음 바탕에는 ‘나 또한 언제든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겸손함과 공감 능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진짜 인격은 바로 이 오만과 겸손의 갈림길에서 결정됩니다.
품격 있는 사회를 향한 우리의 자세
오늘날 우리 사회는 타인을 향한 '리스펙트(Respect)'를 자주 외치지만, 정작 그 대상은 주로 성공한 이들이나 권력자들에게만 향해 있는 듯합니다. 진정한 품격이 있는 사회는 높은 곳에 있는 이들을 우러러보는 사회가 아니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강자가 되기도 하고 약자가 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사이지만, 퇴근길 배달 앱 앞에서는 서비스를 평가하는 소비자가 됩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는 말은, 내가 약자의 위치에 섰을 때 받고 싶은 존중을 지금 내 앞의 약자에게 먼저 베푸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 내가 마주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가만히 되짚어보았으면 합니다.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의 내 말투는 어땠는지, 운전대를 잡고 끼어드는 차량을 향해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말입니다.
나보다 약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화려한 명함보다 당신을 가장 빛나게 만들어주는 ‘진짜 인격’의 증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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