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가장 편한 모습은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흔히 발견된다. 무언가 욕심이 꿈틀거리면 사람의 모습이 어쩐지 왜곡되어 보인다. 우리가 성인으로 존경하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안달하는 자는 없다. 예수, 석가, 공자, 마호메트 같은 성자들은 우리들에게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공동체 더 나아가서 가난한 이웃과 병든 자, 더 나아가서 전 인류를 사랑의 대상으로 확장시킬 것을 가르친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무욕의 마음을 발견하기에 그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욕심을 버려야 오히려 더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스포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운동경기의 기본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무리한 힘을 빼고 부드럽고 균형을 유지할 때 더 효과적이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무리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코치는 선수들에게 물이 흐르듯이 리듬을 타며 운동을 하라고 주문한다. 성악가가 노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목에 힘이 들어가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무리한 힘이 들어간 목소리를 돼지 목 따는 소리라는 핀잔을 주곤 한다. 결국 신체이건 마음이건 욕심이 지나치면 균형이 깨지고 부조화나 불협화음이 나서 진정한 힘이나 아름다움이 사라진다.
우리나라 전설에 나뭇꾼과 금도끼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나뭇꾼이 산으로 나무를 하러갔다가 호수에 도끼를 빠뜨려 낙심하고 있는 차에 산신령이 나타난다. 산신령은 그의 마음을 떠보느라고 금도끼를 가져와 잃어버린 도끼냐고 물어보니, 나무꾼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 다음에는 은도끼를 가져와 물어보니 마찬가지 대답을 한다. 마지막으로 쇠도끼를 가져오니 그 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반긴다. 산신령은 그의 정직함을 높이 평가하고 금도끼와 은도끼를 선물로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전설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비우면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 가르침을 전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ꡒ베니스의 상인ꡓ은 샤일록의 복수극과 함께 바사이오의 사랑이야기가 중요한 부플롯으로 제시된다. 물론 바사니오와 안토니오의 우정에 관한 플롯과 협력하면서 작품의 주제의 폭을 넓혀준다. 바사이오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벨몬트의 부호의 딸 포샤에게 구혼을 하고자 한다. 포샤의 부친은 죽기 전에 구혼자들의 마음을 시험하는 방법을 유언에 남겨 포샤에게 실천에 옮기도록 한다. 구혼자 중에는 이웃나라의 왕자를 포함한 대단한 권력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포샤가 바사니오를 감정적으로 사랑하여 구혼에 성공하려면 더 확신이 생길 때 까지 궤 고르기 시험을 연기하라고 하지만 바사니오는 기다리는 시간이 지옥 같다며 당장 실행에 옮기기를 주장한다. 그는 앞에 놓여있는 금, 은, 납의 세 개의 궤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는 사람들의 겉과 속이 다름을 지적하면서 ꡒ세상은 늘 허식에 속고만 있거든. 재판에서는 내용이 아무리 썩고 곪은 소송이라도 교묘한 변론으로 양념을 하면 사악의 외관이 가려지거든. 종교를 보더라도, 가증할 이단설도 엄숙한 외관으로 해서 축복을 받고 경전으로 증명이 되면, 어떠한 추악함도 아름다운 허식으로 은폐되어 버리잖는가. ...모래로 쌓아올린 계단같이 취약한 담력 밖에 안 가진 세상의 겁쟁이들도 턱에는 허큘레스 장사나, 눈살 찌푸린 군신같이 수염을 달고 있지만, 속을 무섭게 보이려고 장사인 체 겉치레를 하거든ꡓ이라고 꼬집는다. 겉의 외관을 치장하고자 하는 자들은 자기 속에 없는 것을 있는 양 꾸미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못하고 실속 없이 겉모양에 힘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미인들의 경우도 똑같은 행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는 미인들이 자신의 진정한 미를 드러내기보다는 진하게 화장을 해서 아름다움보다는 음탕함을 드러낸다고 한탄한다. 그러므로 치장한 겉치장이나 화장은 오히려 인디아의 미인의 얼굴을 가리는 면사포이므로 겉모습이 화려할 수 록 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자신의 사유를 근거로 해서 바사이오는 금, 은, 납의 세 개의 궤 중에서 겉모습이 가장 천한 납궤를 선택한다. ꡒ찬란한 황금, 욕심쟁이 마이더스 왕도 주체하지 못했다는 딴딴한 음식 황금, 너는 내게 소용이 없다....창백한 낯짝을 하고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천역을 하고 다니는 은도 그렇구. 그러나 보잘것없는 납아 희망을 약속해 주기는커녕 사람을 위협하고 있는 것만 같아도, 네 솔직함이 웅변보다도 더 내 마음을 움직여 놓는구나. 자 이것으로 고르자! 부디 기쁜 결과가 오기를!ꡓ라고 바사니오는 결단한다. 그 궤 속에는 사랑스러운 포샤의 초상화가 그의 행운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결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겉모양에 의존하기 않고 오히려 겸손하게 인생의 선택을 함으로써 오히려 행운의 열쇠를 찾은 것이다. 바사니오는 정직하게 나무꾼처럼 마음을 비움으로써 더 큰 보상을 받음을 의미한다. 물론 물질적인 보상이 중요하지 않다. 전설이나 셰익스피어 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생이 복이 결코 물질적인 가치에 있지 않고 그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정신적 가치에 있다는 것으로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