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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이에는 이, 눈에는 눈”라는 샤일록의 정의는 옳은가 그른가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12월 07일

박정근(사진·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소수에 대한 진정한 배려나 포용이 없는 다수의 결정은 소수의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세상은 강한 자의 논리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약자나 소수는 그들이 정한 대로 따라가거나 아니면 소외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은 사회 공동체에 순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의미인 것이다. 요즘 세계를 휩쓰는 신자유주의 물결은 소수가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FTA에 항의하는 농민들이나 노동자들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강자의 경제에 예속되어가는 자신들의 처지를 인식하는데서 온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처절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의 잔인한 물결은 노도와 같이 흘러 소수와 약자의 삶의 터전을 약탈하는 현실은 풀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이 없다.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으로 기독교가 지배하는 베니스에 사는 유대인 샤일록의 이야기를 극화하고 있다. 샤일록은 베니스에서 고리대금업을 하여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유태인이라는 점과 기독교에서 금기시하는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기독교인에게 당한 수모 때문에 그의 가슴속에는 지울 수 없는 원한으로 가득 차있다. 기독교인들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가난한 자나 돈이 궁한 자들에게 자선의 이름으로 도와주거나 무이자로 돈을 꾸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이자를 노리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샤일록은 사회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그의 목을 조이려고 하는 기독교인들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때마침 그에게 좋은 기회가 다가온다. 그에게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안토니오는 포셔라는 부호의 딸에게 구혼을 하려고 떠나려는 바사니오를 도우려고 샤일록에게서 급하게 삼천 더커트의 거금을 빌린다. 샤일록은 돈을 꾸어주는 조건으로 이자대신 살 한점을 달라는 해괴한 증서를 쓰게 한다.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를 절대 신임하기 때문에 설마 어떤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샤일록은 자신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집단적 새디즘에 대해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연장에 다치고, 같은 병에 걸리고, 같은 약에 낫고,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 어디가 예수쟁이들과 다르단 말인가. 찔려도 우린 피가 안 난단 말인가. 간질여도 웃지 않는단 말인가. 독을 먹여도 죽지 않는단 말인가. 모욕을 당해도 복수 않는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복수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샤일록은 같은 공동체에 살면서도 똑같은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의 위선에 대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것은 하나의 공동체에서 살면서도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인간취급하지 않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응어리진 반감의 표현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소수인 유태인으로서 다수인 기독교인들에게 당한 설움을 바탕으로 나름의 복수의 논리를 세운다. “가령 유태인이 그리스도 교도를 모욕했다고 합시다. 그리스도 교도의 관용은 뭐겠소? 복수요. 그렇다면 그리스도 교도가 유태인을 모욕한 경우, 그리스도 교도들을 본 딴다면 유태인은 어떤 인내를 해야 옳겠소. 물론 복수요. 당신네들이 가르쳐 준 악행을 나도 실천하겠어.” 샤일록의 생각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에게 가한 심리적 또는 육체적 횡포에 대해서 똑같은 방법과 정도로 앙갚음을 하는 것이 정의라고 보고 있다. 그야말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구약성서적 정의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샤일록 같은 유태인들에게 기독교인들이 보여주는 독선적 심판과 공격이 약자로서 극심한 피해의식을 자라게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할지라도 작은 실수를 죽음으로 보복하겠다는 샤일록의 생각은 반사회적임에 틀림없다. 유태인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새디즘(가학증)을 일종의 집단적 히스테리라고 진단한다면, 샤일록의 보복 집착 또한 개인적 가학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인 기독교인들이나 소수인 샤일록은 모두 서로의 사회적 편견에 의해서 극심한 병적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샤일록은 안토니오의 상선이 난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딸 제시카가 돈을 훔쳐 도망가서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피해의식과 겹치면서 보복심리는 더욱 증폭된다. 그는 마치 안토니오가 자신의 불행한 현실의 원인자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위장을 하여 그에 대한 살의를 키운다. 그러나 남성들의 폭력적 행위로 발생한 정의의 혼돈에 대해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자는 아이러닉하게도 여성인 포샤이다. 그녀는 바사니오의 약혼녀로서 그의 곤경을 파악하고 법학박사로 분장한 뒤 살 한 점의 정의를 요구하는 샤일록의 보복 심리에 대해서 철퇴를 가한다. 안토니오가 빚 청산을 증서에 적힌 기한을 지키지 못한다면 기독교인들의 자선의 논리대로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살 한 점을 요구하는 샤일록의 잔꾀가 지닌 허점을 간파한 포샤는 증서의 유효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형벌이 살 한 점 이외에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그의 전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지혜에 샤일록은 무릎을 꿇고 만다. 샤일록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정의가 법적으로는 옳을지 모르지만, 거기에 인간적인 관용이나 사랑이 없으면 보편적 진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소수에 대한 진정한 배려나 포용이 없는 다수의 결정은 소수의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원심력을 발휘하는 소수를 껴안는 다수의 관용이야말로 샤일록 같은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치유할 수 있다. 남북갈등과 동서갈등으로 심한 분열증에 시달리는 한국사회는 ‘베니스의 상인’이 주는 교훈을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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