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오빠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 이후 순결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빠져 일부러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지냈는데 우연찮게 최근 직장 모임에서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속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고 힘이 드네요, 솔직하게 얘기를 털어놓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 만나야 할지 알고 싶어요?
A : 그동안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되살아나서 많이 괴로운 상태이시군요. 억눌리고 감춰진 비밀들이 세상에는 많이 존재합니다. 특히 자신에게 속해있는 은밀한 이야기들은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깊은 마음속에 간직하여 평생 동안 아픔으로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에서 순결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순결의 의미와 순결을 지킨다는 의미는 다릅니다. 성폭행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므로 순결을 잃은 건 아닙니다. 성폭행을 당했을 때 그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생각으로 책임을 자신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폭행은 하나의 사고일 뿐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사고를 당했을 때 몸에 상처를 입는 것처럼 순결에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사고는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오랜 시간 괴로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사고는 사고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자기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육체적 순결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정말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순결은 육체 이전에 정신적인 것입니다. 어쩌다 강제적으로 육체의 순결을 잃었다 할지라도 정신적인 순결을 잃지 않았다면 누구나 그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강압에 의한 성적피해를 입었을 경우 빨리 후유증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순결을 상실한 경우 순결 상실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순결을 잃은 후의 반응입니다.
상처에 연연해 혼자만의 세계의 갇혀있지 말고 아픔을 딛고 그 아픔을 승화시켜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전순결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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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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