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와 제자 각각 찬반 측 토론자로… ‘영북면의 슬픈 현실’ 회의진행 방식 불만으로 찬성 측 주민들 퇴장, 토론회 파행으로 끝나 市에 대한 성토 이어져…“영북주민들은 허술한 시 행정의 피해자”
포천시가 지난 9월 14일 영북면 화장장 반대측 주민들과 회동을 갖고 주민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진 광역화장장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그 일환으로 실시되는 첫 번째 주민 토론회가 9월 30일 영북면사무소에서 개최됐다.
이용휘 영북면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찬성 측 영북포럼 이길연 대표를 비롯한 주민 10여명과 반대 측 정해균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 10여명, 이부휘 포천시의회 부의장, 백영현 시 한탄강개발과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찬성측은 “광역 화장장 건립은 향후 10여 년간 영북면의 발전을 견인해나갈 아주 중요한 사업”이라며 “화장장 건립으로 상권 활성화와 지역 장학금 지급, 도시가스 공급, 실버타운 건립 등 주민 숙원사업이 해결돼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장장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반대 측은 “영북면 발전기금으로 100억여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고 하는데 지역경제를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타 지역에서는 이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인센티브를 약속하고도 화장장 유치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우리가 왜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도시가스 부분도 채산성이 맞아야 개발 되는 것으로 그들의 약속을 무조건 믿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찬성 측은 “현재 영북면 지역경제는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마을이 죽어가는데도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없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한탄강 개발과 산정호수 개발만을 믿고 손을 놓고 있으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러한 영북면에 추모공원을 유치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도농복합지역의 특징일 뿐 영북면의 경제가 특별히 죽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화장장을 설치한다고 해도 고용창출효과는 매우 미비하고 청소 등 일용직에 국한돼 영북면 경제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업이 유치 될 기회를 빼앗고, 관광사업 마저 사양길로 접어들게 해 영북면의 성장 동력마저 뿌리째 흔드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찬성 측은 또다시 “오히려 추모공원을 통해 영북면을 찾은 사람들이 인근 산정호수 일원 등을 둘러보게 돼 관광객 유치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며 “한탄강 개발사업에 책정 된 예산 200억 중 지난 5년간 집행된 예산은 20억 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다른 사업이 유치되길 기다려야 하는가? 또한 관광사업 개발이라는 것은 혜택이 영북면민 전체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산정호수 일원에 국한된다. 추모공원 건립은 영북면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날선 공방을 이어 갔다.
이어 반대 측은 “최근 인근 지역 화장장을 둘러봤다. 춘천묘지공원에 들렀더니 경관개선을 위해 묘지공원을 이전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그 곳 관계자에게 우리 사정을 말했더니 마을 입구에 왜 화장장을 건설하냐며 황당해 했다. 다른 지역에선 경관개선을 위해 화장장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있는 추세인데 포천시는 오히려 마을 입구에 화장장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러나 찬성 측은 “요즘 화장장은 다르다. 굴뚝도 없고, 먼지도 없고 배출물을 5번씩 거르는 과정을 거쳐 환경오염이 없다. 게다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해 지역의 명소가 되고 있다. 예전과 같은 화장장을 떠올리며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된다”며 “불과 30년 전 집을 지을 때 화장실을 집안에 만든다고 했더니 어르신들은 ‘뒷간은 최대한 멀리 지어야 한다’며 펄쩍 뛰셨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집안에 화장실을 만든다. 이와 같이 화장장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화장장이 안전하다고 하는데 다이옥신 등은 체내에 쌓여 몇 년 후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또 백번 양보해 안전하다고 해도 관광지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고양시의 경우 벽제화장장으로 인해 주민들이 지금까지 약 5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벽제화장장 인근을 탐방한 결과 화장장의 여파로 농업과 축산업 등이 완전히 몰락해 있었다”며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토론회의 막바지에서는 포천시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영북면 주민들은 “서울시의 경우는 화장장 건립을 위해 430번 이상의 공청회를 열고, 5년 동안 공을 들여 주민들을 설득해 나갔다”며 “반면 포천시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막무가내식 추진으로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격화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화장장 부지 선정에 대해서도 “주민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지역인가, 경제성이 있는 지역인가를 먼저 고려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고려하지 않고 화장장을 건립할테니 신청 하고 싶은 곳은 신청서를 내라며 일을 진행 시켰다. 접근 방법부터 잘못된 것이다. 어제까진 살가운 이웃이었던 영북면 주민들이 이 곳에 모여 찬반 측으로 엇갈려 싸우고 있는 것은 모두 포천시의 허술한 행정 때문으로 영북면 주민들은 모두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는 중학 시절 은사와 제자가 각각 반대 측 토론자와 찬성 측 토론자로 만나는 장면이 연출돼 주목을 끌었다. 영북면 광역화장장 건립사업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토론회가 길어지자 이부휘 부의장은 양측에 시간과 관계없이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찬성 측 주민들이 모두 퇴장하면서 토론회는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토론회를 지켜본 포천시 관계자는 “양측 주민 모두 서로의 주장에 수긍하려는 사람은 없고 반박하기에만 급급했다”며 “앞으로도 주민 간 합의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광역화장장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