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서거 7일 만인 5월 29일 경복궁과 서울광장에서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인산인해 속에 장엄한 추모의 물결이 일렁였다. 경복궁·광화문·시청역·서울역 일대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수십만명(경찰 18만명, 노제 주최 측 40만~50만명 추산)의 추모인파가 몰려 마지막 길을 떠나는 전직 대통령을 눈물로 배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광화문 일대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물결을 이뤘다. 검정 신사복에 노란색 넥타이를 맨 남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고, 노란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남녀노소 모두 머리에는 고인의 캐리커처가 실린 노란색 종이모자를 썼다. 청계광장과 도로 주변 가로수에는 노란 풍선띠가 걸렸고, 운구행렬 주변에서 노란색 풍선을 하늘로 띄우거나 고인의 영구차를 향해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리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도 노란 물결이 넘실거렸다. ‘스스로 만든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대통령에게’라는 문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캐리커처가 새겨진 노란 풍선이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인터넷 영결식’을 연출했다. 주요 인터넷·게임 업체들도 이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추모의 뜻을 표하는 등 온라인 영결식을 치렀다. 한 네티즌은 “슬픔없는 세상에서 영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남아 주십시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글을 남겼다.
○…“노짱, 안녕히 가십시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23일부터 임시 분향소가 마련돼 수십만명의 조문객을 맞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시민 영결식이 거행됐다.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노란 모자를 쓰고 노란 풍선을 손에 들어 ‘노란 물결’을 이룬 2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 영결식에서는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애국가 제창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즐겨 불렀다는 ‘상록수’를 시민들이 함께 불렀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치러진 광화문 일대의 식당들은 점심시간에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지만, 대부분의 추모객들은 점심을 거른 채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인근 빌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다가 먹으면서 사무실에서 TV로 영결식을 지켜봤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유난히 술을 많이 찾은 것도 이날의 이색 풍경. 한국프레스센터 뒤쪽에 있는 한 식당 주인은 “점심 손님이 평소보다 적었다”며 “손님들이 너도 나도 소주를 찾은 것도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29일 생중계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의 실시간 시청률이 합계 38.3%로 나타났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KBS, MBC, SBS가 오전 10시58분부터 낮 12시25분까지 중계한 노 전 대통령 국민장의 서울 지역 실시간 시청률은 38.3%, 점유율은 79.7%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낮 12시23분대로 41.4%였으며 이때 점유율은 80.4%였다. 인터넷 생중계도 최고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다. 동영상 사이트 곰TV가 YTN 영상을 받아 중계, 한때 45만명이 접속해 노 전 대통령이 떠나가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지켜봤다. 동시접속자수 45만명은 2006년 임요환이 출전한 e스포츠대회 때 24만명보다 2배나 많은 역대 최고치다.
○…노 전 대통령은 자살로 자신의 운명을 또 한번 극적으로 반전시켰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서울발 기사에서 “고향 마을 뒷산 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기 전 그의 명예는 만신창이였고 몇몇 친척과 전직 보좌관들은 수뢰 혐의로 투옥된 상태였지만 자살 후 그의 대중적 이미지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바뀌었다”면서 “부당하게 일찍 죽은 귀신을 의미하는 한(恨)이 된 것 같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실린 권양숙 여사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가 새삼 가슴을 저리게 하고 있다. 편지는 2002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남편을 응원한 글이지만, 이제는 홀로 남은 채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망부사’(亡夫詞)가 됐다. 권 여사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을 안 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던 당신, 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깊은 사랑에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통해하던 80대 노인이 TV를 보다 호흡곤란을 일으켜 숨졌다. 29일 오전 8시30분께 전북 군산시 나운동의 한 아파트에서 고모씨(83)가 호흡곤란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전 9시30분께 숨졌다.
○…노 전 대통령을 하늘나라로 모신 영구차의 운전은 21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차를 몬 최영씨(45)가 맡았다. 최씨는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그의 발이 돼 왔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귀향했을 때는 아예 가족을 이끌고 봉하마을로 내려와 사저의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해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1분께 수원 연화장 내 승화원(화장장)의 8번째 화장로에서 2시간여에 걸친 화장으로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연화장에 모인 유족과 8000여명(경찰 추산)의 추모객들은 고인이 화장되는 동안 ‘아리랑’ 등 노래를 엄숙하게 부르며 애도했으며 아들 건호씨가 유골함을 안고 나오자 “노무현” “사랑합니다” “잘 가세요” 등을 외치며 오열했다. 유골함은 이날 밤 봉하마을로 옮겨져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 임시로 안치됐다가 향후 사저 인근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