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부사의 = 38] 명성(名聲)과 인성(人性)

  명성은 생후(生後)에 얻어지는 것이요 인성은 생전(生前)에 주어지는 것이다. 이 같이 "얻어짐"과 "주어짐"이 한 사람의 인품(人品)을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世上)을 살아가다 보면 인성도 필요하고 명성도 필요하다. 인성(人性)은 성품(性稟)이요 적선(積善)의 결과요  타고나는 것이다. 반면 명성은 성품(性品)이요 노력(努力)의 결과요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명성에 거품이 끼면 인품(人品)은 가려지고 만다. "거품"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명성은 권위주의(權威主義)와 같은 것이다. 권위가 현재(現在)의 것이라면 권위주의는 과거(過去)의 것이다. 명성도 마찬가지이다. 명성은 "현재의 것"이 아니다. 명성은 "과거의 것"이다. 누가 어떻다는 소리를 듣고 쫓아가면 이미 그것은 지금이 아니다. 지나간 일이다. 명성을 듣는 순간 어느 또 다른 명성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명성은 스타와 같은 것이다. 반짝이다 사라지는 스타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명성에 "거품"이 끼는 것을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다. 명성을 지향(指向)하되 거기에 안주(安住)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서양 사람들은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그가 어느 집 자손이냐? 이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다. 그 대신 최근에 어떤 책을 썼느냐? 무엇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느냐? 와 같은 것을 따진다. 그가 어느 학교를 나오고 어느 집 자손이라는 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 "현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일에 집착(執着)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성에 연연(戀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명성 그 자체는 좋은 것이다. 어느 분야에 유명(有名)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고 흐뭇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 명성에 만족하고 그 명성에 도취(陶醉)해버리면 안 된다. 그 명성에 빠져버리면 안 된다. 그 순간 그 명성에 거품이 일고 그 순간 그 명성에 아집(我執)과 독선(獨善)이 흐르기 때문이다. 명성은 명성으로 끝내야 한다. 그 명성에 안주하면 안 된다. 그 명성으로 세상(世上)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정지(停止)돼 있는 것이 아니다.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수시로 변하는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세상을 관조(觀照)할 줄 알아야 한다. 비결(秘訣)은 간단하다. 참여자(參與者)의 입장이 아니라 관찰자(觀察者)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거품을 걷어내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 명성에 안주해 그 명성만 따라가다 보면 거품에 치일 수 있다. 거품이라는 잘못된 잣대로 세상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과거에 연연(戀戀)하지 말고 현재를 보라. 세상을 바라볼 때 역사(歷史)를 거울삼되 현재를 보라. 그 사람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옛날의 금송아지 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재(現在)가 중요하고 미래(未來)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過去)를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의 사실을 거울삼되 현재를 직시(直視)하라는 얘기다. 거품이 실상을 가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얘기다.

  거품은 실상(實像)이 아니다. 거품은 허상(虛像)이다. 허상이기 때문에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 명성을 조심하고 그 명성에 거품이 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거품이 명성(名聲)을 가리지 않도록 인성(人性)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