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어느 병장의 편지

며칠 전 나는, 지금 생각해도 빙그레 웃음짓게 만드는 기분 좋은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병장 ○○○ 12월 신문값이요. 아주머니! 저 마지막 달 신문 값이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1월 9일까지 넣어주시면 감사히 볼께요 ♡"

새벽 신문 배달하는 중에 위병소 보초병을 통해 전달받은 이 편지는 깨알같은 작은 글씨로 노란 메모지에 적어서 신문대금위에 붙여져 있었다.

보초병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신문을 보던 병장이 이제 곧 전역을 한다는 것이었다.

군부대에 신문 배달할 때마다 만나는 군부대 보초병들과 인사를 하다가 신문구독을 하겠다고 하여 선불로 받기로 하고 몇 달 동안 신문을 넣어주었다.

그러던 중 그 신문을 구독하던 병장이 전역을 하면서 신문을 거절하는 편지를 쓴 것인데,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렇게 기분좋게 하니 그 병장은 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친구란 생각이 든다.

"그 군인 참 귀여운데..."21살짜리 둘째 딸이 이 편지를 보고 한 말이다.

자식같은 그 병장의 편지는 이렇게 나의 마음속에 각인되었다.

한번은 한 구독자로부터, "우리 집은 개가 유식해서 사람보다 먼저 신문을 읽는다" 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으며 개가 물어뜯지 않도록 신경써서 신문을 배달한 적이 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내가 상대방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할 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나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어쩌면 그것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더 절실한,  살아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