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기다리는 것이 한가위란다. 언제나 지나가는 계절 속에 묻히어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기다려진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지내온 23여년의 한가위이지만 언제나 가는 길은 설레임보다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맨 처음 시댁 가는 길은 왜 그리 복잡한지...기차표 구하느라 새벽잠 못 자고 서울역에서 줄 서서 기다리던 생각에... 아이들 어려서 기차 타면 왜 그리 울고 힘들게 하는 지...
오징어 한 마리 사서 다리 쭉 찌어 입에 물어주면 얼마간 조용해지니 우리 아이들 얼마나 짠것을 잘 빨던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또 한번은 차표 구하지 못해 입석으로 가게 되면 기차 통로에 신문지 깔고 앉아 있다가 물건 파는 아저씨들 지나가면 다시 일어나기를 수십 번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고 하면서
왜이라 시간을 더디게 가는 건지..
기차안이 너무 더워 땀 흘리며 우리 아이들 옷 하나 하나 벗기고 보니 쌕쌕거리며 잠자는 모습은 어찌 그리 천사 같던지...
기차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 타고 아기 업고 가던 그 옛날의 풍경들 속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 본다.
논두렁이 이리 저리 구불거리던 것도 모두 일렬로 정리되어 시골 맛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시골의 넉넉함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제 새벽을 열어 시댁 가는 길은 불편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부모님 살아 생전 열심히 찾아뵙고 환한 모습으로 가족과의 화합을 열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