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체제 전환과 남북한의 경제 통합은 통일 시점까지의 북한 경제의 변화, 통일 과정, 통일 한국의 정치·경제적 비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좌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일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통일에 대한 대비는 가상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 구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전환, 중국의 개방정책과 같은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을 감안하여 볼 때,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고수보다는 시장경제 체제로의 변화 가능성이 크다.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건설과 같은 부분적 개방 도시의 사례가 귀감이 되고 있다.
분단 반세기 동안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하에 각기 다른 경제 체제로 사회를 운용하여 왔기에 지금까지 완전히 다른 사회 체제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범세계적인 탈냉전 시대의 도래로 남과 북은 과거의 극단적 대립을 지양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과거를 청산하고 하나의 통일국가를 형성하여야만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남북한은 대립적인 체제 하에서 반세기를 지내는 동안 완전히 이질적인 사회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두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각종 사회제도를 통일시켜야 하나 대립적인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회제도가 상충된다. 그 중에서 특히 사유재산권 제도는 두 체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데, 사유재산의 인정 여부가 바로 그것이다. 남북한의 소유제도가 처음에 토지 문제에서 출발했던 것처럼 통일 후 토지의 소유권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처럼 토지 문제는 통일 후에도 정비 과정에서 후유증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상이한 경제 체제로 토지제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통일을 대비하여 새로이 토지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과제는 매우 광범위하며 추상적이다. 통일은 사회 전반의 모든 부분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관련 범위가 매우 넓고 통일 방법도 다양하므로 어느 방법이 옳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즉,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외교 등 대내외적으로 통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며, 이러한 요소들은 통일에 의하여 새로이 정립될 것이다.
남북한의 통일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군사 분야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은 국제적인 냉전 구도 속에서 남과 북에 군사력 증강 경쟁을 야기하였다. 그러나 남북통일 후의 군사력은 전 세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이는 통일의 목적이 아닌 단지 통일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부산물일 뿐으로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는 우리 민족의 결합이다.
그러나 통일은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통일 비용, 사회 통합 시간의 지연 등 엄청난 대가를 감수해야만 한다. 우리의 경우도 통일 비용, 이념 통합 등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특히, 재산권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물론 국유화된 기업도 재산권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나 그 중에서도 토지 소유권 문제가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의 역사적 필연성을 굳게 믿었고 그의 미래 사회 구상을 따라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건설되었지만 구소련 해체 이후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졌고 1990년에는 동서로 갈라졌던 동독이 통일되었다. 이제 한반도만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월남의 경우 1975년에, 예멘의 경우 1991년에 통일되었다. 전 세계에서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카스트로의 쿠바가 그렇고 북한은 더 궁핍한 처지에 놓여 있다. 붕괴했거나 현재 붕괴 과정에 있는 사회주의 국가들은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몸부림은 사유제의 부활이 필연적이다.
통일 독일의 경우 동독의 사회주의적 소유제도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방법을 모색했었다. 그 하나는 지금까지의 사회주의적 소유제도를 전제로 국유 재산을 국민에게 매각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적 소유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분단 이전의 소유제도와 소유권을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독일은 후자를 택했는데 바로 구 소유자의 손을 들어주는 법적 해결이었다.
그러나 소유권 반환 원칙은 구동독 지역의 경제 재건과 경제 지체의 최대 요인이 되고 있다. 재산권의 재사유화 문제는 분단 이전의 역사적 상황, 등기 부재 문제, 유대인 문제와 관련된 데다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게다가 동독인들은 자위단을 구성하여‘집 사수 투쟁’까지 벌였고 결국 반환 원칙은 투자 우선과 보상 우선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우리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될 것이며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통일 비용은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허나 통일에 따르는 토지 소유권 문제는 과거의 역사, 국가의 정통성,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감정 등과 관련되어 있어 최대의 현안이 될 것은 분명하다.
14면 목회단상
우리민족의 멋
민족마다 자기네의 독특한 문화와 멋을 찾고 자랑으로 여긴다. 멋은 갑자기 만들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또한 쉽게 바꾸어지는 거도 아니다. 따라서 역사가 오랜 민족일수록 풍기는 멋도 뚜렷하다. 영국이나 스페인이나 중국인의 멋이 뚜렷한데 비해 미국인의 멋이 애매한 것은 전통과 멋이 정비례함을 말해주는 좋은 예이다.
우리의 멋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소박(素朴)함이란 표현을 써본다. 소박이 뭐냐고 물으면 그것 역시 대답하는 사람에 따라 수없이 많은 해설이 나오겠지만 은근함과 구수함을 자랑하고 싶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외국어로는 옮기기 힘든 한국말들이다.
은근함은 따뜻함이 깔려 있는 조용함이다. 화술(話術)에 능하고 대화에 재치 있는 것이 사교에 도움이 되지만 말은 많지 않아도 은근한 멋을 풍겨주는 사람이 매력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 무조건 활발한 사람을 내세우는데 그것은 한국의 멋이 산업 사회의 기계화 문명 속에 가리워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잇다.
온화한 마음, 진실한 행동, 정직한 생활이 은근함을 만든다. 그런 사람과는 누구나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끌어당기는 멋이 있는 것이다.
구수함은 꾸밈없는 텁텁함이다. 그것은 숭늉의 맛 같다. 숭늉의 맛은 한국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모른다. 짜릿한 코카콜라 맛도 아니고 달콤한 포도주의 맛도 아니다. 만일 외국인이 숭늉을 마시면 전연 맛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숭늉의 구수함은 가공(加工)되지 않은 맛이다. 사람도 구수한 사람은 꾸며지거나 위장(僞裝)되지 않은 사람이다. 실수도 솔직하게 하고 자랑할만한 일도 그다지 광고하지 않으며 있는대로 내놓는 사람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아니오와 예를 분명히 하는 사람이 아닐까 성서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으로 교훈 하신다. 마태복음5장37절에서“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