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나무가 뿌리가 내려 수많은 가지가 생겨났고 오랜 세월 속에 고목이 되어버린 나무는 말없이 무수한 가지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잔가지들은 미풍에도 재잘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월 칠석에 함안이씨 자손들은 이른 새벽부터 조상의 묘에 무성한 풀을 베기 위해 가평 종가 집에 모였다. 3팀으로 나뉘어 예초기를 메고 선산을 올라 시작된 것이 점심때가 넘어서 모두 끝났고 잦은 소낙비도 그때를 피해 주니 조상님께 감사하고 금초날짜를 잘 잡았다고 입을 모아 서로 칭찬하였다. 남자들이 무장을 하고 산으로 올라가자 여자들과 아이들은 모여 앉아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잠시 그동안의 안부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이어서 점심 준비를 위해 가마솥에 콩나물밥을 하기로 하고 불을 지피려 하니 장마에 젖은 땔나무가 불이 붙지 않아서 계속 신문지를 넣고 부채질을 해댔다. 하지만 물과 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서 콩나물밥이 밥과 죽사이의 모양이 되었으니 이를 어쩌랴! 불 때느라 고생한 보람도 없이 점심 준비를 위해 애쓰신 큰형님의 속상한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할 수 없이 점심상을 차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철부지 조카가 개밥 같다고 하는 바람에 30명 넘는 친인척들이 박장대소를 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돌아가신 큰아버님의 이야기와 백일을 맞은 작은집 조카의 재롱을 보며 조상님 묘를 돌보았다는 뿌듯함에 행복한 모습이었다.
요즘은 문화가 간소화되어 금초도 사람을 사서하고 점심은 식당에서 먹고 각자 금초를 따로 하자고 하니 당장에 편한 것만을 찾아 화합하지 못한다면 뿌리 깊은 고목의 마음이 어떨까?
앞으로 묘문화가 가족묘로 변해가는 시대라지만 천만년 묵묵히 공급되어지고 있는 고목나무의 생명수를 잔가지들도 한번쯤 돌아보고 조금씩 힘을 모아 화합하는 모습이 금초에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아들 딸 손을 잡고 조상님 묘를 직접 돌보는 모습이야말로 짐승하고 다른 우리 인간의 모습이요 계속 뻗어나가는 한 고목나무의 정겨운 모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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