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비오는 날이 좋을 때도 있었다. 낙수물 떨어지는 소리에도 정감을 느껴 한없이 바라보며 생각속에서 멀어졌던 모습들을 기억하며 그리워하고.....
초가집이 좋은 이유를 지금 생각에야 깊이 깨닫게 된다. 물론 흙벽집이기 때문에 오랜장마에도 고온다습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방이 눅눅하다 싶으면 살짝 군불만 지펴주면 금새 보송보송 해지기 때문에 비오는 날 책이라도 읽다가 잠이 들면 꿀맛 같은 단잠을 만끽할 수도 있었다.
지금처럼 생활에 불편없이 가전제품이란 걸 구경도 못하니 그 흔한 벽시계도 한 집에 겨우 하나 정도 안방에 걸어놓고 손바닥만한 내 방에서는 작은 책상과 책꽂이 그리고 벽에 옷 걸어 놓는 못이 서너개 있을 뿐..... 그러기에 실컷 자고 나면 흐린 날씨에 시간을 분간 못해 후다닥 놀라 학교 늦었다고 울상을 하면 언니 오빠가 웃음을 참지 못해 난리다.
그래도 순간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허둥대면 정신 차리라고 오빠가 매서운 꿀밤을 이마에 튕겨주면 그때서야 아 내가 낮잠을 잤구나 하고 깨닫는다.
사실 비오는 날 십리길이나 되는 학교에 가는 것이 큰 고역이었다. 우산이 있을까? 모자 달린 비옷을 코트마냥 입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학교에 도착하면 비 맞은거나 땀에 젖은 거나 거기서 거기다.
요즘같은 장마철에 학교주변에 마구 버려진 우산을 자주 본다. 물질만능 시대에 부족함을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이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버린다. 훼손된 것도 있지만 멀쩡한 것을 버리는 것도 많다. 생활습관이 검소해지려면 풍요한 환경에서 자기생활을 벗어나 공동체안에서 생활의 어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실습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방식이든 우리 어린이들이 언제 어떻게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낙오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강인함을 인식시켜야 할텐데... 하나, 둘밖에 없는 자식을 낳지 않는 세상에선 너나없이 과보호 속에 자라고 있으니.....
방학기간을 통해 우리지역에서도 그런 교육의 장이 마련된다며 우리 손주놈들부터 보내고 싶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데 더 무슨 욕심을 부릴까?
배고파서 밥이 고마운 줄 알아만 준다고 해도 기대 효과는 만족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