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흰 종이 위에 까맣게 남는 활자처럼 그대 가슴에 콕콕 찍혀서 선명한 글자로 살고 싶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면 다시 줄을 바꾸어 적당한 곳에 쉼표와 마침표를 섞어 찍으며
오후의 햇살을 어깨에 싣고 그 만큼의 지향으로 당신 영혼을 두드린다
똑, 똑, 똑 사, 랑, 해
감상=해설 금은 금광에서만 캐는 게 아니다. 고목나무 밑에서도 금이 나고 초록빛 냇물이 흐르는(깊은 산 속 옹달샘이 흐르는) 실개천 여울에서도 금은 탄생된다. 여기 장밋빛 향기가 걸음걸음마다 자욱내며 일듯한 어느 여류시인의 사랑의 노래를 소개한다. 원고지에 갇혔던 글들이 책 속에 잠시 해방되는 듯 하다가 글을 사랑하는 어느 아름다운 사람의 입을 통해 구슬이 되어 퍼지고 혼이 되어 어느 가슴에 잠들기도 하고 우렁차게 하늘로 뛰어 가기도 한다. 그러나 한혜경 시인은 스스로가 님의 영혼 속에서 함께 숨쉬고 싶은 기도를 ‘시의 미학’을 빌어 노래하고 있다. 순수를 잃고 퇴락의 뜰에서 방황하는 구제할 길 없는 영혼들이 물결치는 거리에서 그 누군지는 몰라도 그를 향해 영양가 있는 금빛 은빛 햇살의 축복 속을 헤치며 한걸음 한걸음 걷는 청순한 영혼의 찬가는 사랑해라는 말 외에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했을 것인가? 새로 돋은 풀잎이 싱그러이 커서 오월의 여왕의 축복 속에서 흩날리는 정원 속 상록수인듯 마음 자리가 곱다. 1963년 서울에서 출생한 시인 한혜경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서울 선일여자상고 교사이며 『시누리』 동인이다.
☞필자 연락처 : 02)932-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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