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로보기』 『중로상봉』이라고 하는데 추석 무렵이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일가친척의 부인네들 사이에 『반보기』를 하는 풍속이 있어 왔다. 옛날에 부녀자들은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자주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8월쯤이면 서로 통문을 보내어 일자를 정하고 마을 중간에 있는 경치좋은 곳을 택하여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가지고 와서 만났다. 특히 친정 어머니와 출가한 딸이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가지고 가서 중로(中路)에서 만났다. 마치 요즈음의 소풍과 같은 풍습이었다. 옛날 유교적 전통사회의 엄한 가족제도 하에서도 반보기 풍습은 매우 재미있고 좋은 풍습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요즈음 내 고향 포천에는 마을마다 며느리 모임을 비롯하여 며느리와 시누이들의 합동모임, 동서와 같은 행렬의 모임, 동갑네 모임, 동교향 모임 등이 있는가 하면 신라 왕족의 모임 등 놀라운 발상의 모임까지 등장하여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노라면 역시 이름난 고을답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러나 모이면 친목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서울 사람, 시골 사람 편가르기를 한다든가 농사짓는 사람과 아니짓는 사람 편가르기를 하여 반목하는 일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슬퍼진다. 필자기 제일 싫어하는 속담 중 하나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서로 함께 축하해 주어야 할 일이지 어찌 배가 아프단 말인가? 명절 무렵이면 잘 사는 친척이나 못 사는 친척이나 서로 연락하여 만나서 즐기고 축하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갑게 지내는 내 고향 포천의 전해오는 풍습을 본받으면 어떨까? 내 고향 내 조상의 옛땅에서 흙내음 맡으며 서로 자주 만나는 일은 부녀자들의 힘이 강함을 볼 수 있다. 당신네 문중에는 며느리 모임이 없으시다구요? 오늘 전화하여 만나심이 어떨까 권하여 드린다.
☞필자 연락처 : 02)932-24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