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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 마키아벨리적 정치인이 아직도 존재하는가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7월 11일

 박정근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세상의 폭풍이 몰아치는 듯 한 바다에서 우회적인 항로로 취하는 것이 가끔은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다. 합리가 올바른 항로로 항구에 도착할 수 없다면 거기에 이르기 위해 배를 돌려 항로를 바꿔야 한다. 여기에서 누가 나를 비난할 것이며 미덕을 포기한 이유를 요구하겠는가? 포도주는 약간 물을 타더라도 역시 포도주이며 몇 방울의 기만이 거기에 섞였다할지라도 신중함이 그의 이름을 바꾸지 못한다. 나는 선한 목적을 위한 작은 거래를 의미한다."




일간신문에 난 정치인들의 사진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한 독자들이 많았으리라. 어제까지도 앙숙이 되어 싸우던 한나라당 후보 두 사람이 사이좋게 미소를 짓는 모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가 숨어 있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당의 요구로 서로 화해하는 자리에서 다정한 오누이처럼 포즈를 취한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경부운하에 대한 정부 모기관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른 후보가 서로 내통을 했다느니, 정수장학회에 모종의 의혹이 있다느니 하면서 서로 치고박고 하던 두 사람이 어느덧 저렇게 다정한 사이가 되었단 말인가. 그들의 모습이 진정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들의 갈등이 한나라당 지지도나 개인적인 지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자 일종의 연극적 행사를 통해서 반전시켜보자는 정치적인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의 사극 『헨리 4세』에서 통치자인 헨리4세는 매우 연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모반을 통해서 리챠드2세를 몰아내고 왕권을 획득한 과거의 사실 때문에 정권의 정통성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는다. 노섬버랜드와 대주교가 그가 했던 것처럼 모반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자신이 범한 반역행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변명을 한다. "그건 의도가 없었으나 국가의 필요에 굴복하여 왕위를 수락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그는 또한 이 내란이 진압이 되면 함께 성지에 가자고 제안을 한다. 그는 자신의 통치권과 성지와 연결시킴으로써 그의 권력을 신성시하고자 하는 연극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키아벨리적 속임수를 임종을 맞아서야 왕자 할에게 고백한다. 그가 왕권을 찬탈이라는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했기 때문에 고충이 많았다고 언급한다. 그는 이어서 부하들이 들어오자 다시 자신의 죽음과 예루살렘을 관련시킴으로써 다시 외관에 의지하여 그의 정체성을 신성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자신이 죽을 수 있는 신성한 성지 밖에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의 진술은 내면의 신앙심이라기 보다는 헨리왕 자신의 위상을 신성시하려는 통치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마키아벨리적 인물 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재현되었다고 보는 인물은 왕자 할이다. 그는 부왕에게 오해와 미움을 받는 것을 불사하고 왕자로서 신임을 잃을 수 있는 행위를 일삼는다. 특히 폴스타프 일당과 어울리면서 술, 여자, 절도 등의 어둠의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그가 헨리 5세로 왕위에 오르자 과거와 단절하고 위엄 있는 군왕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연출한다. 우선 그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왕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준다. 그가 왕자시절에 부왕의 대리인으로 국정을 담당했던 대법원장에게 자신의 무례했던 과거의 사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체 한다. 왕자 할은 법을 어기고 이를 제지하려는 국왕의 대리인인 대법원장의 뺨을 때리는 행위는 절대왕권에 거역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그를 오히려 칭찬한다. 왕자 할의 변화는 어둠의 세계에서 나와 선왕들이 지녔던 위엄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연극적 행위이다. 그가 "태양을 모방하려고 하는 것은 왕의 역할에 대한 훌륭한 연기를 해보이는"마키아벨리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저스투스 립시우스는 마키아벨리적 사고에 대해서 권력의 유지와 통치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면 정도에서 벗어난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상의 폭풍이 몰아치는 듯 한 바다에서 우회적인 항로로 취하는 것이 가끔은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다. 합리가 올바른 항로로 항구에 도착할 수 없다면 거기에 이르기 위해 배를 돌려 항로를 바꿔야 한다. 여기에서 누가 나를 비난할 것이며 미덕을 포기한 이유를 요구하겠는가? 포도주는 약간 물을 타더라도 역시 포도주이며 몇 방울의 기만이 거기에 섞였다할지라도 신중함이 그의 이름을 바꾸지 못한다. 나는 선한 목적을 위한 작은 거래를 의미한다."


한나라당이 만들어낸 두 후보들의 다정한 모습의 연출은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국민들에게 약간의 눈속임을 해도 관계가 없다는 속마음을 내보인 것이다. 그야말로 마키아벨리적 사고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자세는 사실 국민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하등의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저스투스 립시우스는 이런 사고 방식을 "어머니나 의사는 맛을 약간 속여서 절제할 줄 모르는 나이의 아이들을 그리 자주 속이지는 않지만 목적을 위해서 기만적인 맛으로 경계하지 않는 나이 또래를 속일 수 있다. 단순한 민중들을 향해서, 또는 그의 이웃인 다름 왕에 대해서 똑같은 일을 해서는 안되는가. 분명히 문제를 논쟁할 만큼 힘이 없으면 몰래 속임수를 쓰는 것이 잘못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정치인들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서 국민들의 정보 수용 능력이 대단히 발달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셰익스피어가 그리고 있는 16세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한번 뱉은 말은 확실하게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기 바란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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