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작가라기보다는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을 받는다. 그는 16세기 인물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아 숨쉬는 생명력이 대단한 인물이다. 셰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시대에 풍미해 있던 정치적인 불안을 그의 작품에 풍부하게 담았다. 그는 여왕치하에서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세력에 대한 정치적 안정을 위한 치유책과 그 배경이 되는 영국 역사를 재조명할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실정을 하여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잃어 폐위되고만 리챠드 2세, 불한당과 어울리다 부왕의 불신임을 받았던 왕자 할, 온갖 골육상쟁 끝에 살해되는 리챠드 3세 등을 문제의 인물로 등장시켰다.
영국 역사의 치부라고 할만한 장미전쟁이라는 랑카스터 잡안과 요오크 집안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왕권투쟁을 관찰할 수 있었던 입장에서 역사 속에서 권력의 변천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 마치 강박관념처럼 도사리고 있는 일관된 주제는 ꡐ선한 통치자와 악한 통치자, 그리고 합법적인 왕으로부터 권좌를 빼앗는 찬탈자ꡑ에 관한 것이었고, 이것이 역사, 영원한 역사, 그것의 영구적인 미케니즘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관점ꡐ이다. 셰익스피어의 시각에서 권력의 수호와 찬탈의 주인공들은 역사라는 커다란 수레바퀴 속에서 배우처럼 분장하고 자신의 입장을 대사 외우듯 하고 있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질서가 흔들렸을 때는 역사의 긴 흐름 속에서는 짧을지라도 한 세대의 한 민족을 불행으로 몰아넣고도 남는 것이다. 그러기에 시대에 대한 진단은 단순히 지배계급이나 피지배계급, 권력자와 찬탈자에 대한 단순한 기록이나 어느 쪽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열로 점철되어있는 역사라는 현상을 뛰어넘는 초월적 비젼이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한국의 이해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신소설을 통해서 쓰러져 가는 조국을 애국계몽운동을 통해서 구하고자 하였다. 그는 우리 민족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고 해결할 때 자강하고 독립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그는 『자유종』, 『구마검』, 『산천초목』, 『홍도화』등의 뛰어난 작품을 통해서 민족의 희극적 비젼을 제시하였다. 마치 셰익스피어가 그의 사극을 통해 영국의 정치적 갈등에 대한 해결의 비젼을 제사하였던 것과 일맥 상통하다. 나는 이해조 선생에 대한 추모시를 통해 그의 업적을 그리고자 한다.
"동농이여/어둠의 시대를 밝히던/눈부신 햇빛 같은 선각자여/왕방산의 녹음이 짙어가고/산허리에 붉은 진달래와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다가/꽃잎 하나 둘 바람에 날리어/한탄강 물줄기 돌고 도는 포천천 어느 자락에/서러운 꽃다운 아낙네 하나 /물결에 떠내려가는 꽃잎 위에/청상으로 헛되이 흘러 보낸 청춘이 서러워/수심으로 가득 찬 두 눈에서/눈물 한 방울씩 찍어내어/실어 보내는 모습이 /그렇게도 가슴이 아프던가요.
한 아낙의 설움이/쓰러져 가는 조국의 아픔만큼이나 깊고 크기에 /당신 가슴을 멍들게 만든/한숨으로 뱉어내는 한의 노래를/기나긴 이야기로 밤새 풀어내어/대한의 남자가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야하듯이/대한의 여자도 꽃다운 꽃으로 피어나고/사랑하는 사내와 오순도순 살아가야 한다고/당신은 세상에 선포하셨지요.
조국이 힘을 잃고 절뚝거리고/내가 사는 이 땅이 조선인의 땅이라고/누구도 감히 말할 수 없을 때/우리 민족이 후진의 그림자에 /어둡게 갇혀 앞이 안보이고/ 혹세무민하는 미신의 마수에 걸려 /뒤뚱뒤뚱 허우적거릴 때
백두에서 한라까지 펼쳐지는 조국이여 /어두운 미몽에서 깨어나라고/이성과 합리로 빛을 발하는 /새로운 시대로 거듭나라고/고뇌와 사랑이 가득한 가르침을/이야기책 속에 깨알같은 글씨로 /점점이 쏟아놓았지요.
왕방산 위로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여/저 깊은 계곡의 어둠을 몰아내듯이/새 시대의 희망과 이성의 광명이 /구시대의 미몽과 독선의 어둠을 밀어내어/큰 빗자루로 흩어진 마당을 쓸어내듯이/선조들의 막힌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시던/동농 이해조선생이시여
당신이 쓰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살아나서 /세계열강과 함께 어깨를 겨루고자 하는/한국 민족에게 당신의 혼을 심게 하시어/꿈에도 그리던 희망찬 조국의 앞날이/당신의 이야기 속의 개혁의 메시지처럼/환히 펼쳐지게 하소서
우리 산천에 여기저기 /붉디붉은 홍도화가 되어 /조국의 아낙네들 사랑의 꽃으로/피어나게 하소서/자유종 힘차게 울려서/당신의 숭고한 뜻을 담은/건강한 청춘의 소리로/세상 저 끝까지/울려 퍼지게 하소서"(박정근 이해조 추모시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