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포천 이야기> (70)

‘오성과 한음’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는 물론 구한말 조선어독본에도 소개되어 어렸을 때의 재미있는 일화는 배꼽을 잡고 웃게 하였고 잔잔한 감동을 주어 재미를 더하였던 생각이 난다.

철령(鐵嶺) 높은 봉(峰)에
자고 가는 저 구름아
고신(孤臣)원루를
비 삼아 띄어다가
님 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 본 들 어떠하랴

오성부원군(鰲城府院君)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님께서 임금을 향한 충성심을 운치있게 표현한 시조이다.

관내 산천은 영평이라 들었는데(관내산천설영평… 關內山川說永平)
만하의 세줄기가 웅성을 끼고 도네(만하삼파공웅성… 灣河三派控雄城)
돌아든 산봉은 비룡의 형세 지녔고(봉회상거비용세… 峰回尙據飛龍勢)
해묵은 바위는 석호의 이름 전해주네(석노유전사호명… 石老猶傳射虎名)
버들 짙은 장원엔 잔설이 차갑고(종유압심잔설냉… 鍾柳壓深殘雪冷)
해자 곁 망루 멀리 석양구름 드리우네(임호누후모운횡… 臨壕樓逅暮雲橫)
만고의 청풍고죽을 우러러 보며(청풍만고담고죽… 淸風萬古膽孤竹)
말타고 거듭 지나도 아쉬움 남아라

위 시는 한음 이덕형 님께서 지으신 『모과영평(暮過永平)』이란 시조로서 내 고향 영평 팔경 어느 곳을 지나시다가 그 아름다움을 찬탄하시고 지으신 시조이다.
우리는 두 편의 시조를 통해 오성과 한음이 귀양길에서도 임금을 향한 충성심이 얼마나 컸으며 또 내 고향 포천의 산수경관(山水景觀)을 얼마나 사랑했나를 알 수 있어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오성은 화산서원에, 한음은 용연서원에 배향되어 후학들의 귀감이 되고 포천선비들에게 최고의 존경인물이 되고 있다.
임진·정유재란 등 국란극복의 명재상이며 청백리로 깨끗하고 위대한 외교관이며 문인이며 정치가였다.
선조가 하루는 한강가로 오성, 한음과 함께 뱃놀이를 나갔다가 생선 한마리를 세 토막을 내어 드시게 되었는데 오성과 한음이 ‘어두일미(魚頭一味)’라니 ‘어중일미(漁中一味)’라니 하며 드셨는데 임금을 상징하는 ‘어미(御尾)’라는 말을 선조 스스로 머뭇거리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만큼 선조의 신임이 두터웠고 벗을 할만큼 가까웠다 한다. 율곡이 추천한 명신이며 우정과 의리와 충성과 청백의 명재상들이었다.
내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은 먼저 오성과 한음의 나라사랑의 길과 의리, 그리고 청백리의 길을 먼저 배워야 참 포천인이라 하겠다.
포천의 선비라면 1년에 한번쯤은 용연·화산서원에 참배하고 님들이 남긴 유고라도 일독하심이 도리일 것이다(『한음문고』 『백사집』 『북청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