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월정리역 철의 삼각지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쪽 궁예의 대궐터를 바라보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지척의 거리에서 이렇게 허망하게 확인조차 할 수 없음을 직접 느끼며 통일의 필요성과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았다. 생각하면 통일 후 많은 사회의 혼란과 어려움, 지금 현실로 다가오는 복잡하고 일관성 없는 시대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서 참고로 해야 할 독일의 경우를 비교하며 남과 북의 문화 속에서의 여러 방면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분단국이라는 상황과 통일이라는 미래에 대해서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우리와 비슷하게 분단의 국가로 비교의 대상이 되었던 독일의 통일은 한반도의 경우에 접목하면 실험이 없는 역사의 진행 속에서 동서독의 통합은 우리에게 새로운 하나의 모델로 다가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그 성과와 문제점 속에서 진실로 우리에게 가치 있는 자료로서 검토되고 활용하기에 충분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독과 한국의 경제적 능력, 사회적 조건, 문화적 전통, 민족성과 민족의 심성(心性, mentality)의 차이로 인해 상당 부분에서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 이런 문제는 현저하게 드러날 것 같다. 동서독과는 다르게 남북한은 상호간 일부 전시 효과적인 교류는 몇 차례 있었지만 실제적 사회·문화적인 교류가 거의 없었고, 특정 이데올로기에 심각하게 종속된 작품을 많이 생산해냈던 북쪽의 예술과 남쪽의 서구화된 예술과의 거리는 말할 수 없이 큰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훗날 남북한의 사람들은 상호 다른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 엄청난 문화적 이질감과 당혹감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언어의 변화에서 당장 알아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더욱 빈번한 교류와 왕래가 필요하고 이질화의 격차를 줄이는데 더욱더 노력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있는데 그 실천이 의문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분출하는 집단 이기주의와 너무도 빠른 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분별력을 잃은 채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커다란 풍랑이 예고된 대해(大海)를 항해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언제 우리가 민족의 정체성을 벗어나 진정한 화합과 문화적 교류를 진실하게 이루려는지 멀지 않은 금강산은 언제나 최단거리로 오가려는지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지 연습이 없는 역사의 흐름은 마음속에 답답함을 더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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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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