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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선비정신=60]명나라 사신 주지번을 글 솜씨로 감동시킨 차천로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4월 02일

한국한시협회 포천지회장  리효종

차천로(車天輅 1556~1615)의 본관은 연안(延安)이고, 자는 복원, 호는 오산(五山) ,난우(蘭) , 귤실 또는 청묘거사(淸妙居士)라 한다.


서경덕의 문인이다. 선조 10년(1577) 알성문과에 병과로 급제하고 1583년 문과중시에 을과로 급제했다. 봉상시  첨정에 그쳤으나 문장이 호한하고 시 또한 웅건하다. 선조 말년에 우리나라에 온 사신 주지번은 중국 강남의 재사로서 이르는 곳마다 그의 시문이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이름 있는 문인이었으므로 조정에서 특별히 신경을 썼다. 월사 이정구(李廷龜)로 접반사를 삼고 동악 이안눌(李安訥)로 연위사(延慰使)를 삼았을 뿐 아니라 그 밑에 보좌관들까지도 문학에 거장들로 구성했다.


주지번은 평양에 닿자 그 날 저녁에 평양 회고시인 "기도회고(箕都懷古)"란 제목으로 백 자의 운자를 뽑아 우리측에 보내면서 새벽까지 시를 지어 오기를 요구했다. 이런 요청을 받은 접반사 월사 이정구는 접반사 팀을 모두 모아 의논하였다. 밤 시간은 짧은데 한 사람이 백 자나 되는 운을 다 지을 수는 없으니 운자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지은 뒤에 그것을 합친다면 그 시간에 가능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월사는 그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따로따로 지은 시를 모은다면 그 의미가 하나로 이어지기 어렵다. 아무래도 한 사람이 전담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혼자 맡아 전담할 수 있는 사람은 차천로밖에 없다."


월사의 주장을 듣고 차천로가 말했다.


"이 일을 해내려면 술 한 동이, 큰 병풍하나, 한석봉 같은 글씨 솜씨가 아니면 나는 붓을 들지 않겠다."


월사는 즉석에서 모든 것을 다 들어주겠다고 쾌히 승낙했다. 대청 마루엔 큰 병풍이 둘러쳐졌고 차천로는 수십 잔의 술을 마신 뒤에 그 병풍 안으로 들어가고, 한석봉은 병풍 밖에서 화선지 열 장을 펴고 붓에 먹을 듬뿍 적셔서 대기하고 있었다. 병풍 안에 있는 차천로는 쇠로 된 문진(文鎭)으로 계속해서 책상을 치면서 시를 구상하고 있었다. 조금 후에 병풍 안에서 차천로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석봉은 기막힌  나의 시구를 놓치지 말고 받아써라."


한석봉은 정신을 차리고 안에서 부르는 대로 받아 써내려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에서 들리는 말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대청마루는 흥겹게 울리기 시작했다. 점차로 자기의 시흥에 취한 차천로의 전신이 미친 사람처럼 흥에 겨워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속도가 빨라져서 한석봉 같은 속필로도 미처 따라 쓰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하기를 밤중까지 하고서야 오언시 백구의 장편시가 완성되었다. 지금까지 시흥에 취하고 술에 취하여 파도처럼 바람처럼 춤추던 차천로는 마지막 시구를 불러 주고는 술에 취해 병풍 안에 쓰러졌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병풍은 주지번에게  전달되었다. 촛불을 밝히고 읽어보던 주지번은 손에 들린 부채가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흥겹게 치면서 장단을 맞추었고 낭랑하게 읊조리는 그의 소리는 문밖까지 들려나왔다. 아침에 접반사를 만나자 주지번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그 후 임진왜란때 이여송(李如松)이 내원(來援)하여 평양성을 탈환하는등 큰 공을 세우고 돌아갈 때  송별시(送別詩) 백수를 요구하여 옴에 선조는 이정구(李廷龜)와 상의하여 차천로에게 짓게 하였다. 이번에도 칠언시(七言詩) 백수를 하루저녁에 지었다.


오산 차천로(五山 車天輅)는 천재시인(天才詩人)이요 천하문장가(天下文章家)이었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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