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포천 이야기> (63)

노비(奴婢)와 함께 호랑이의 보호를 받으며 남편의 시묘(侍墓)살이를 한 홍의달(洪義達)의 아내 김씨(金氏·안동김씨).
여름에는 솜옷을 껴입고 겨울에는 베옷을 입으며 극기(克己)로 16년간 유복자를 길러 장가드리는 날 ‘나는 이제 후사(後嗣)가 있으니 본디 보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며 남편의 뒤를 따라 자결한 오몽량(吳夢樑)의 아내 문화유씨.
병자호란 당시 오랑캐의 능욕을 피하려고 패도(佩刀)로 자결한 주부(主簿) 황효겸(黃孝謙)의 아내 전주이씨.
병자호란시 남편을 환란 중에도 염습 장례를 치르고 병들어 피란 중에 절벽에서 순절한 만호(萬戶) 정창국(鄭昌國)의 아내(妻) 창원유씨(昌原兪氏).
시부모 중풍 3년, 지성으로 모시다가 시모가 작고하시어 죽으려고 하자 친척이 이를 말렸고 두 아들이 장성(長成)하자 남편 제사일에 즉사한 사인(士人) 이시진(李時鎭)의 아내 경주최씨.
남편이 고기를 먹고 죽었는데 입관하던 날 소금을 마시고 남편의 시신 옆에서 죽은 염두찬(廉斗纘)의 아내 양녀(良女) 최씨.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자 밤중에 몰래 나와 우물에 나와 자결한 사인(士人) 김세열(金世說)의 아내 밀양박씨(密陽朴氏).
남편이 관동으로 행상을 갔다가 금성(錦城)에서 객사(客死)하자 독실한 집안의 딸을 모두 팔아 그 돈으로 직접 금성에 가서 남편의 시신(屍身)을 가져다가 장례를 지내며 자결(음독), 함께 합장케 한 사노(私奴) 가음불(加音弗)의 아내 사비(私婢) 독실(纛實).
남편이 죽고 병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따라 죽은 사인(士人) 김응기(金應箕)의 아내 전주이씨(全州李氏).
남편이 죽자 시어머니를 30여년간 정성껏 모시고 남편은 물론 시모님 3년상을 모셨는데 그 자색(姿色)이 뛰어나고 천출(賤出)이지만 미모가 뛰어난지라 돈으로 협박하고 위협하는 등 개가(改嫁)의 유혹을 받았으나 아내의 도리와 며느리의 도리를 정렬(貞烈)로 실행한 사노(私老) 장귀일(張貴日)의 아내 이임재(李壬才).
괴질에 걸려 죽은 남편의 뒤를 따라 굶어 죽은 사인(士人) 이재정(李載鼎)의 아내 아성이씨(牙城李氏).
병자호란 때 강도(江都)로 적병을 피했으나 적병이 이곳에까지 이르자 곧 자결한 사인(士人) 이유정(李維貞)의 아내 등 내 고향 포천에는 12분의 열녀가 계시다. 더 많을 수도 있겠으나 나라에서 열녀문(旌門)을 내린 분만을 소개하였다.
요즈음 같으면 생각하기도 어려운 열녀의 정렬(貞烈)의 행실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옛부터 남편이 죽으면 따라서 죽은 열녀(烈女)의 행실을 최고(最高)지선(至善)이며 최고의 미덕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살아서 지효(至孝)하고 남편을 지극정성(至極精誠)으로 섬기며 아내를 지성(至誠)으로 보살피며 사랑하는 남편도 훌륭한 아버지로 존경과 사랑을 자녀아 이웃에게 받았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