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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임성 변호사 / 포천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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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2일 미국 B-2 스피릿 전략폭격기 7대는 미주리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날아올랐다. 36시간 논스톱 비행으로 지구 반대편 이란까지 갔다. 이란 핵시설은 B-2가 투하한 벙커버스터 GBU-57에 의해 사라졌다. B-2는 스텔스 전략폭격기다. 대당 가격이 2조원을 넘고 유지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미 공군은 이를 대체할 차세대 전략폭격기를 개발 중이다.
바로 B-21이 그것이다. B-21 레이더(Raider)는 꼬리날개가 없다. 동체와 날개가 하나로 붙은 전익기(全翼機)다. 전통적인 폭격기 실루엣과는 다르다. 선배 격인 B-2는 1989년 첫 비행했다. 파격적인 전익기 형상과 스텔스 능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지금도 미국 전략폭격 전력의 중심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30여 년, 레이더 기술은 진화했고 방공망은 촘촘해졌다.
전쟁의 무게중심도 네트워크전, 무인체계, 인공지능 쪽으로 옮겨갔다. 미 공군은 방향을 틀었다. B-2에 무언가를 덧붙이는 개량 대신, 새로 설계하는 길을 택했다. B-21은 그렇게 나왔다. 크기는 작아졌고 은밀성은 높아졌다. 정비성과 운용성도 손봤다. 무엇보다 개방형 시스템 구조를 채택해 앞으로 등장할 센서와 무기, 기술을 계속 흡수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핵무기든 재래식 무기든 다 다룬다. 도입 계획은 최소 100대. 2022년 기준 평균 조달단가는 약 6억9,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 안팎이다. 지금 사우스다코타주 엘스워스 공군기지에서 시험비행과 생산이 동시에 진행 중이고, 2027년 첫 배치가 목표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다. B-2가 B-21이 됐다고 폭격기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름이 바뀌고 형상이 바뀌고 운용방식이 달라졌을 뿐, 상대국 방공망을 뚫고 살아남아 목표를 타격하는 본질은 그대로다. 오히려 그 본질을 더 강하게 구현하려고 기체 전체를 새로 그렸다. 무엇을 없앴느냐가 아니라, 없앤 자리에 무엇을 더 채워 넣었느냐. B-21이 던지는 질문이다.
필자는 이 질문을 우리나라의 다른 개편에 대입해보게 된다. 오는 10월 2일, 대한민국 검찰청이 사라진다. 70여 년 만이다. 그 자리에 공소청이 들어선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직접수사를 없앴고, 송치 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던 것도 막았다. 검사는 더 이상 범인을 직접 쫓지 않는다.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지도, 압수수색을 주도하지도, 계좌를 직접 추적하지도 않는다. 경찰이 넘긴 기록을 읽고, 증거를 살피고, 기소 여부를 정한다. 기소했다면 법정에서 그 공소를 유지한다. 조사실에서 법정으로, 검사의 주전장이 바뀐다.
낯선 제도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은 검사가 어떤 형태로든 수사에 관여한다.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까지 통째로 떼어내는 우리 제도는 꽤 강한 수사·기소 분리형이다. 걱정이 없을 수 없다. 검찰청이 공소청이 된다고 검사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이름이, 조직이, 권한이 바뀐다. 그리고 검사가 일하는 방식은 그보다 훨씬 크게 바뀐다. B-2가 B-21로 다시 태어난 것에 못지않은 변화다.
검찰청 시대의 검사는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쥐고 있었다. 중요 사건에서는 직접 범인을 쫓고,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를 조사하고, 계좌를 추적했다. 수사가 끝나면 스스로 기소 여부까지 결정했다. 공소청 시대는 다르다. 직접수사라는 큰 기능을 떼어내면서, 수사하는 검사에서 기소하고 공판하는 검사로 넘어간다.
B-2에서 B-21로의 변화가 폭격기의 재설계라면,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의 변화는 검사의 재설계다. 그러니 공소청을 단순히 '검찰청에서 수사권을 뺀 조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렇게 보는 순간 실패한다. B-2에서 엔진 하나만 떼어내고 B-21이라 부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기능 하나를 없앴으면 다른 능력은 그만큼 더 강해져야 한다. B-21이 증명한 논리고, 공소청도 그래야 한다.
직접수사도, 직접 보완수사도 사라진다. 남는 건 보완수사요구권이다. 경찰 수사가 부족하면 검사가 직접 뛰어드는 대신, 무엇이 부족한지 짚어내고 왜 더 필요한지 밝혀서 경찰에 요구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이를 마쳐 다시 보내야 한다.
검사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진다. 사람을 직접 잡는 능력이 아니라 기록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수천 쪽 기록에서 빠진 증거를 찾아내고, 위법하게 얻은 증거는 걸러내고, 억울한 피의자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반대로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가 부실수사 속에 묻혀 있는 건 아닌지도 봐야 한다. 필요하면 정확하게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영장 풍경도 바뀐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며 영장을 청구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경찰이 신청하면 검사가 법률적으로 심사해 요건이 갖춰졌을 때 법원에 청구한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직접수사의 칼에서 인권보호의 관문으로 성격이 옮겨간다.
고소장을 들고 검찰청 민원실을 찾던 풍경도 사라진다. 접수 구조 자체가 수사기관 중심으로 바뀐다. 경찰이 불송치하면 이의신청과 재수사 절차가 있고, 일정한 경우 검사가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는 장치도 남는다. 이 장치가 중요하다. 경찰도 잘못 판단할 수 있고, 수사를 게을리할 수도 있다. 범죄가 기록 속에서 잠들 수도 있다. 그걸 찾아내는 게 공소청 검사의 몫이다.
앞으로 검사의 힘은 직접수사가 아니라, 남이 수사한 사건을 제대로 읽어내는 힘에서 나온다. 기소했다면 그만큼 더 무겁다. 증인을 신문하고, 증거를 내고,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고, 법관을 설득해야 한다. 죄 없는 사람을 기소해서도, 죄 있는 사람을 놓쳐서도 안 된다.
다만 B-2와 B-21의 진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하나 있다. B-21은 B-2의 핵심 임무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타격능력을 강화했다. 공소청은 다르다. 검찰의 오랜 핵심 기능 하나, 수사를 실제로 내려놓는다.
우리 검찰에는 두 얼굴이 있었다. 하나는 피해자 곁의 검사다. 사기로 평생 모은 돈을 잃은 사람, 폭력을 당한 사람, 가족을 잃은 유족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을 읽어 가해자를 기소하고 법정에서 책임을 묻는다. 이 얼굴은 공소청에서도 남는다.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
다른 얼굴은 사라진다. 거악을 쫓던 수사검사다. 권력형 비리, 대규모 경제범죄, 정경유착, 금융범죄, 조직·마약범죄. 평범한 시민은 이런 범죄와 맞서기 어렵다. 국가가 대신 싸워야 하고, 그 일을 검찰이 해왔다. 장부 한 줄을 붙잡고, 계좌 하나를 따라가고, 압수한 서류더미를 밤새 뒤졌다. 권력자라고 멈추지 않았고 재벌이라고 돌아서지 않았다. 늦은 밤 검사실에 켜진 불빛은 누군가에게는 희망, 누군가에게는 공포였다. 거악을 잠들지 못하게 했다.
물론 잘못도 많았다. 과잉수사, 별건수사, 표적수사·정치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쥔 막강한 권한 자체가 문제였다. 그래서 개혁이 시작된 거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 하지만 권한남용을 없애는 것과 국가의 수사능력 자체를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없앤다고 거악이 함께 사라지지는 않는다. 권력은 여전히 부패할 수 있고, 자본은 범죄와 결탁할 수 있고, 마약은 더 국제화되고, 금융범죄는 더 영리해진다.
10월부터 수사검사는 사라진다. 대형 비리의 자금줄을 쫓던 검사도, 밤새 회계장부를 뒤지던 특수수사 검사도, 권력형 비리를 몇 달씩 추적하던 수사팀도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아쉽다. 거악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어주던 존재가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칼은 누가 드는가. 새로운 수사기관이 들어야 한다. 검찰보다 더 잘해야 한다. 더 전문적이고, 더 독립적이어야 한다. 권력 앞에서 눈치 보지 않고, 큰 자본 앞에서 작아지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의 수사권만 없앤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거악 수사능력 자체를 약화시킨 셈이 된다. 그런 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다시 B-21을 생각하게 된다. 미 공군은 B-2가 낡았다고 꼬리만 잘라내지 않았다. 새로운 전쟁에 맞춰 전체를 다시 설계했다. 스텔스 능력을 높이고, 전자장비를 바꾸고, 정비성을 높이고, 미래 기술을 받아들일 구조까지 만들었다. 없앤 만큼 더했다.
공소청도 그래야 한다. 수사권을 없앤 것만으로 개혁이 끝났다고 말해선 안 된다. 없앤 만큼 더해야 한다. 수사능력을 내려놓았다면 법률판단 능력은 더 강해져야 하고, 직접 보완수사를 없앴다면 보완수사 요구는 더 정교해져야 한다. 조사실을 떠난다면 법정에서 더 강해져야 하고, 수사검사의 권한을 내려놓았다면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은 더 커져야 한다.
검사들도 변해야 한다. 실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훈련된 법률가 집단이다. 그 능력을 새로운 전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검사 인사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큰 사건을 잡은 검사가 최고이던 시대는 간다. 기록을 가장 잘 읽는 검사, 보완수사를 가장 정확하게 요구하는 검사, 기소·불기소를 가장 공정하게 판단하는 검사,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검사, 법정에서 가장 강한 검사가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공소청은 검찰청의 초라한 축소판이 아니라 검찰청 2.0이 될 수 있다.
떼어낸 수사의 날개도 버려서는 안 된다. 새 수사기관으로 옮겨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소청에는 피해자와 함께 웃고 우는 검찰의 얼굴이 남아야 하고, 새 수사기관에는 거악을 잠들지 못하게 했던 검찰의 집요함이 계승돼야 한다. 둘 다 필요하다.
B-2와 B-21은 닮았지만 같은 비행기는 아니다. B-2가 20세기 스텔스 폭격기의 상징이었다면, B-21은 21세기 전쟁을 위해 새로 태어난 폭격기다. 검찰청과 공소청도 그래야 한다. 같은 검사가 일하고, 같은 형사사법의 한 축이지만, 같은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 간판만 바꿔 단다고 의미가 생기지 않는다. B-2에 B-21이라는 이름표만 붙인다고 B-21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조직의 설계가, 검사의 능력이, 평가 기준이, 문화가 바뀌어야 비로소 진화라 부를 수 있다.
2027년, B-21은 엘스워스 공군기지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 그보다 앞선 2026년 10월 2일, 대한민국에도 새로운 형사사법 시대가 열린다. 하나는 미래의 전쟁을 위한 재설계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형사사법을 위한 재설계여야 한다. 성공을 가르는 기준도 같다. 무엇을 없앴느냐가 아니라, 없앤 자리에 무엇을 더 강하게 채워 넣었느냐다.
피해자 곁에는 검사가 남아야 한다. 거악의 머리맡에는 수사기관이 깨어 있어야 한다. 검찰청이 사라지는 날, 검사까지 작아져서는 안 된다. 날개를 잃은 검찰이 아니라, 날개가 필요 없도록 다시 설계된 공소청이어야 한다. 그리고 떼어낸 수사의 날개는 다른 곳에서 더 강하게 날아야 한다. B-21처럼.
< 이임성 변호사 / 포천신문 논설위원, 현)법조윤리협의회 회장 , 전)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전)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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