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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83

노년의 고립은 우연인가? 관계의 결과인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04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흔히들 말합니다. "자식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라고요. 늙고 병든 부모를 찾지 않는 자식을 보며 세상은 손가락질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불효'라는 단어 하나로 매듭짓기 어려운 복잡한 실타래가 얽혀 있습니다. 노년의 외로움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라, 수십 년간 쌓아온 관계의 성적표와 같습니다.

​관계의 균열, 그 시작은 '지시'와 '평가'였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대화의 부재입니다. 부모는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지시와 잔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자식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에는 인색했습니다. 부모 앞에만 서면 긴장해야 했던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를 편안한 안식처가 아닌, 회피하고 싶은 불편한 존재로 기억하게 됩니다.

​또한, "너는 왜 이것밖에 못 하니"라는 비교와 평가는 자식의 자존감을 깎아내렸습니다. 잘해도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자식은 부모 곁에서 늘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간이 흘러 관계를 회복하려 해도, 가까이 다가갈수록 옛 상처가 덧나기에 결국 정서적 거리 두기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무가 된 사랑, 무너진 존중
​부모는 늘 기다리는 존재이고 자식은 챙겨야만 하는 존재라는 일방적인 구조도 관계를 병들게 합니다. 연락과 보살핌이 오직 자식의 몫이 되고, 부모는 서운함만 토로할 때 자식은 관계를 '사랑'이 아닌 무거운 '부담'과 '의무'로 받아들입니다.

​더 나아가 부모가 배우자나 주변 사람들을 대했던 태도, 혹은 자식의 삶을 가볍게 여겼던 행동들은 자식이 나이 들수록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혈연이라는 끈은 강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존경심이 무너지는 순간 그 끈은 힘없이 느슨해집니다. 자식은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느냐보다, 자신을 어떻게 '대했느냐'를 더 깊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 글을 읽는 자녀들에게 부모를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 또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 부모의 서툰 사랑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여러분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그 표현 방식이 거칠고 일방적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부모의 잔소리와 통제는 불안한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지키고 싶었던, 미숙한 사랑의 뒤틀린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상처받은 마음을 마주할 용기를 내어주십시오.

부모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크다면, 무조건적인 효도를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상처가 당신의 남은 삶을 발목 잡지 않도록 부모라는 존재를 한 명의 불완전한 인간으로 바라봐 주길 바랍니다. 미움도 깊으면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당신의 평온을 위해 부모를 객관화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셋째, '지금'의 대화가 '내일'의 후회를 줄입니다.

부모는 이제 늙고 병들어 예전처럼 당신을 통제할 힘이 없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한꺼번에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 건네는 짧은 안부 전화 한 통이 서로의 앙금을 조금씩 녹이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 찾아올 '하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가 당신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 관계란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부모는 자식을 인격체로 존중하며 '대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자식은 부모의 미숙함을 연민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끊어졌던 마음의 다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년의 고립을 자식의 탓으로만 돌리기 전에, 우리 모두가 서로를 대했던 시간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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