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25 오후 02:47:1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67

천하가 꽁꽁얼어 모두가 얼어 죽을 판에 부처가 무슨 소용일까요?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29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겨울의 끝자락,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때면 떠오르는 서늘하고도 뜨거운 옛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당나라 시대, 천하를 주유하던 단하 천연(丹霞 天然) 선사의 이른바 '단하소불'의 일화입니다.

부처님을 ​모시는 스님으로써 내용은 너무 파격적입니다. 며칠째 이어지는 혹독한 추위에 땔감이 떨어지자, 단하 스님은 법당의 나무 불상을 쪼개 아궁이에 던져 버립니다.

경악하며 달려온 원주 스님이 "어찌 거룩한 부처님을 태우느냐"며 불호령을 내리자, 단하는 태연하게 재를 뒤적이며 답합니다. "주지스님 다비(화장)해서 사리를 찾으려고 그렇습니다." 그러자 주지 스님이 생각이 없는 나무토막에서 무슨 사리가 나오겠냐는 주지스님의 힐난에 단하는 기다렸다는 듯 일갈합니다. "사리도 나오지 않는 나무토막이라면, 어찌 부처라 하겠소? 마저 가져와 방이나 데웁시다."
​
​이 이야기는 단순한 불교적 파격을 넘어, 우리 삶의 '우선순위'에 대한 매서운 질문을 던집니다. 원주 스님은 나무 불상을 지키기 위해 살아있는 인간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그는 불상이 나무인 줄 알면서도, 그 형상에 집착하느라 '자비'라는 부처의 진짜 가르침을 망각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상징을 모시는 데 급급해 그 상징이 가리키는 본질을 놓치곤 합니다.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의 생김새와 장식에만 몰두하며 정작 달의 존재는 잊어버리는 격입니다.
​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각자의 '나무 부처'가 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지만 어느새 돈을 지키느라 불행해지고, 존중받기 위해 권위를 세우지만 그 권위 때문에 정작 소중한 사람들을 밀어냅니다.

​체면과 명예라는 허울을 버려야합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나무 부처를 지키느라 내면의 평화를 땔감으로 쓰고 있지는 않습니까? ​교조적 신념에 함몰되어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단하 스님이 도끼로 내리친 것은 나무 불상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고정관념'과 '허상'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가치 중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습니다. 만약 어떤 신념이나 규칙이 사람을 옥죄고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과감히 쪼개어 아궁이에 던져야 할 나무토막에 불과합니다.

인생 중년을 지나는 ​이제는 진짜를 마주할 때입니다. ​진정한 가치는 밖에서 공경받는 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숨 쉬고 아파하는 '나'와 내주변의 '이웃'의 생명에 있습니다. 껍데기뿐인 원칙과 체면을 태워버릴 때, 비로소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진짜 온기가 피어오릅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마음 법당에도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당신을 춥게 만드는 '나무 부처'가 있지는 않는지 잘 살펴 보십시요. 만약 있다면 단하 스님처럼 과감히 도끼를 드십시요. 진짜 부처는 결코 어떤 불길 속에서도 타지 않으며, 오직 당신의 깨어있는 마음속에서만 발견될 수 있습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29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