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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옥/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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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에 있는 죠이북 독서나눔에서의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이곳에서 독서는 하나의 일이다. 정보를 쌓기보다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며, 존재를 조용히 호출하는 노동에 가깝다.
포천 죠이북 독서나눔은 책을 많이 읽는 모임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삶의 속도를 조정하는 독서 공동체다. 토론보다 먼저 멈추고, 해석보다 먼저 느끼는 시간을 존중한다.
윌 곰퍼츠의 『미술관에서 놓친 것들―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멈춤은 이해를 미루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 위한 태도였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붓질이 아니라 붓을 멈춘 이유, 작가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거리와 침묵이었다.
작품과 나 사이의 그 거리에서 설명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몸의 반응이었다. 특히 냄새와 기억은 시상을 거치지 않고 곧장 감정으로 향한다. 후각은 중추신경의 연장처럼 검열 이전의 감각을 불러낸다. 그날의 독서는 이성의 경로가 아닌 직항노선을 타고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그날 나에게 장미는 꽃이기 전에 사건이었다. 예술은 아름다움 이전에 삶에 남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집요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버려진 것들, 지나쳐온 감각들, 그러나 끝내 사라지지 않는 세계의 결.
독서는 결국 하나의 컷밋먼트다. 어려운 목표 앞에서 미리 손해를 걸어두는 방식이며, 자율성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다시 부르는 정교한 유인장치다. 2025년 12월 7일과 2026년 1월 27일은 시간과 존재 사이에서 내가 나 자신을 다시 호출한 좌표다. 포천의 한켠에서 오늘도 그렇게 시간이 접히고 있다.
< 정영옥/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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