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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영 / 동두천시 노인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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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의 나는 솟구치는 아침 해의 생동감만이 최고인줄 알았습니다. 찬란히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 아래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세상이 확장되는 에너지만이 삶의 정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느덧 내 마음의 나침반은 뜨는 해보다는 지는 해를 향해 더 자주, 더 깊게 움직이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하루를 다 써버리고 온 하늘을 붉게 적시며 사그라드는 저 황혼이, 나의 사표가 되었습니다.저무는 해는 결코 스러지지 않습니다. 마지막 남은 빛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어 산천을 물들이는 그 처절함 속에는 일과를 마친 자의 장엄한 마침표가 찍혀 있습니다. 저 처연한 노을을 보며 나는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나 또한 뜨겁게 타올랐던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그 열기를 가만히 내려놓으며 어둠을 준비하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득 멈춰 서서 내 삶을 지탱해 온 가장 큰 줄기는 무엇이었을까를 돌아봅니다. 내 삶을 지탱해 온 가장 큰 줄기는 성공이나 명성,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인연들도 있지만, 뼈대처럼 남은 것은 결국 '고독'이었습니다.
한때는 그 고독이 나를 할퀴는 가시라고 생각하여 외면하려 애썼던 시절도 있었지만,이제는 깨닫습니다.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날 수 있었던 유일한 성소(聖所)였음을. 타인의 시선을 걷어내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묵묵히 걸어온 그 고독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토록 고요히 일몰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 생의 갈무리가 부디 초라이 소멸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비록 손에 쥔 것이 많지 않아 빈곤할지언정, 그 가난함 때문에 마음까지 비루해 지지는 않기를. 육신과 체력은 빈약해질지언정, 고결한 뜻만큼은 당당하게 세워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기를. 진정으로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을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떠나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나는 남은 여정을 통해 나의 고독을 정갈하게 닦아 내겠습니다.훗날 마지막 빛이 완전히 수평선 너머로 잠길 때, "참으로 치열하게 불꽃을 태웠노라" 고 스스로에게 말할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별은 더 또렷해지는 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나의 황혼이 웅장할수록 내가 남길 영혼의 궤적 또한 누군가에게는 작은 빛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비워진 자리에 차오르는 이 평온이야말로, 고독이 나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오늘 시무식에서 어르신들 앞에서 기산심해 (氣山心海)를 말씀드렸습니다. 기운은 산처럼 꿋꿋하고, 마음은 바다처럼 넓고 평온하게 갖겠습니다.
< 김남영 / 동두천시 노인대학 학장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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