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선비정신 42] 어찌 저승에 간 사람에게 죄를 씌우겠소

윤석보가 풍기군수가 되었을 때 사내종 하나와 계집종 하나만 데리고 부임지로 향했다.

그때 부인과 자식은 본가에 남겨두었는데 집안이 워낙 가난하여 배고픔과 추위 때문에 살아갈 수 없었다.

이에 부인 박씨는 생계를 위해 집안에서 전해오던 비단옷을 팔아 조그만 땅을 사두었다.

이 소식을 접한 윤석보는 곧장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지금 군수가 되어 나라로부터 녹을 먹으면서 어찌 토지를 사둘 수 있겠는가? 백성들과 서로 물건을 매매하여 나의 죄를 보태지 말라. 당장 돌려주라!”

박씨는 마지못해 그 땅을 되팔았다.

그가 성주목사로 부임할 때는 부인이 임신 8개월 째였다.

그런데도 그는 부임지로 떠나면서 아내에게 가마 대신 말을 타게 했다.

또 부인의 동생이 당시 상주목사로 있었는데, 관아의 살림살이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약간의 소금을 보내며 보태 쓰라고 했다.

그러자 윤석보는 자신의 몸을 더럽히지 말라며 소금을 모두 돌려 보냈다.

그가 사간원에 있을 때 동료들과 함께 연산군에게 곧은 말을 많이 올렸다.

마침내 갑자사화가 일어나자 그는 옛날에 아뢴 말 때문에 귀양을 떠나게 되었다.

당시 사간원 동료들 중에는 이미 죄를 받아 죽음을 당한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러자 몇몇 동료들이 윤석보에게 말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죄를 미루면 우리는 처벌을 면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자 윤석보가 대답했다.

“나도 이 세상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는데 어찌 저승에 간 사람에게 죄를 씌우겠는가? 그렇게 해서 설령 우리가 죄를 면한다 하더라도 무슨 낯으로 지하에 가서 죽은 사람을 대하겠는가?”
 
윤석보(尹碩輔)

? ~ 1505년(연산군11)

본관은 칠원(漆原)이며 자는 자임(子任)이다.

1462년(세조8) 진사가 되고 1472년(성종3) 식년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다.

그후 여러 관직을 거쳐 1480년에 사간원 정언이 되어 곧은 말을 많이 아뢰었다.

풍기군수, 성주목사 등 여러 곳의 수령을 거쳐 1495년(연산군1)에 사간이 되었고, 1504년에 대사간이 되었다.

그해 갑자사화가 일어나는 등 실정을 거듭하는 연산군에게 충언을 하다가 유배되었으며 유배지에서 이듬해 죽었다.

1506년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쫓겨난 뒤 도승지에 추증되었다.

청렴결백한 공직생활로 1506년(중종1) 염근리(廉謹吏)에, 선조 때 청백리로 뽑혔다.

갑자사화(甲子士禍) --- 1504년(연산군10)에 일어난 사건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가 질투가 심하여 왕비의 체모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하여 폐출되었다가 사약을 받고 죽었다.

연산군이 즉위 후 임사홍(任士洪)이 윤씨가 폐출되던 사실을 연산군에게 일러바쳐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