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포천이야기 176] 8·15와 포천의 「과거사 청산」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06년 09월 21일
요즈음 중앙정부 각 부처에는 과거사 청산 작업이 한창이다.
과거사법이 발효되면 포천에는 누가 해당이 될까?
제2차 세계대전(대동아 전쟁-일본이 지칭한 전쟁 이름) 당시 내 고향 포천에는 소위 대일본부인회를 비롯하여 국민학교, 면사무소를 통해 폭탄 제조용 쇠부치와 놋그릇을 걷우어 갔다.
소나무, 잣나무 광솔가지를 모으고 머루넝쿨을 모아 군납하였는데 광솔가지는 끓여서 송탄유(松炭油)를 만들어 항공유 대신 비행기 연료로 썼다.
함모씨 댁 장남, 최모씨 댁 장남이 일본 가미가제 특공대 지원병으로 입대하였는데 그들의 집 대문 앞에는 전장터 에서의 무운을 비는 무운장구 깃발이 펄럭이었다.
일본부인회 회원들은 천명의 실땀을 떠 받아 무운을 비는 띄를 어깨에다 둘러 메고 가게 하였다.
매일 아침 강제로 입대하는 징병 접송행사가 경찰서 앞에서 있었는데 일장기 물결이 넘쳤다.
종이로 만든 일장기가 찢어진채 나뒹그는걸 보고 어른들은 혀를 찼다.
‘일본기가 찢어져 바람에 날아 굴러가니 일본이 망할 때도 됐지 않은가?’한국인으로 면장이 되어 일본제국주의의 앞잡이 개 노릇을 한 사람도 있었다.
일본 경찰 간부인 순사부장이 되어 관사에서 세도를 누린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는 일본 헌병대 헌병 보조원으로 일제 헌병의 앞잡이를 지낸 사람들도 있었다.
8·15해방이 되자 일제 순사부장 출신이 면장이 되기도 하고 헌병 보조원 출신이 농민회(현 농협의 전신)장이 되었으며 일제 면장 출신이 마을 유지로 국회의원에 입후보하였는가 하면 일본 부인회장이 대한부인회장이 되었다.
8·15해방이 되자 인구 5만의 내고장 포천에도 정당이 난립하였다.
한독당, 민족청년단, 대한독립촉성회, 한국민주당 등이다.
지하당으로 남조선 노동당이 암약하기도 하였는데 교사들이 많았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 독립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 보다도 일제에 협력하였던 친일세력들이 일본인 재산(적산)을 자기 재산인양 양도받아 떵떵거리고 살았다는 사실은 슬픈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38선이 확정되자 이동면, 영중면, 영북면이 이북이 되었으니 내 고향 포천은 영평천을 경계로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다.
양문리나 신읍리에는 이중간첩이 횡행하고 38선상에서는 매일 간헐적 전투가 계속되어 늘 시끄러웠다.
38선을 소련군이 경계하고 가끔 읍내 새장터까지 소련군이 내려와 물건을 사가기도 하더니 1948년부터는 완전히 통행금지가 되었다.
8·15해방전 일제치하에서 권세를 누리던 세력들이 청산되지 않은 채 1950년 6·25의 비극의 일요일을 맞았다는게 옳은 대답일 것이다.
필자연락처 : 02-932-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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