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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비정신 38

반성할 줄 모르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08월 11일

허성은 허조의 조카다.


허성 역시 이조판서를 지냈는데, 그가 판서로 있을 때 직무에 충실하고 正道를 걸었으므로 아무도 청탁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는 청탁을 싫어하여 청탁하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불이익을 주었다.


어떤 관리가 지방으로 발령이 났는데 이왕이면 호남이나 영남으로 가기를 청했다.


그가 허조에게 청탁을 하자 허조는 오히려 북쪽으로 발령을 냈다.


또 도성의 관리를 청탁했을 때는 지방으로 발령을 냈다.


그는 늘 사람들에게 말했다.


"벼슬을 탐내고 녹봉에 집착하는 일은 선비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늙을수록 더욱 심해져서 남에게 웃음거리가 되어도 반성할 줄 모들다면 더욱더 부끄러운 일이다."


허성이 병이 들어 흥천사(興天寺)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평소 검소하여 대나무 베개와 부들자리를 바닥에 깔고 지냈다.


또 찢어진 망건에 짧은 적삼을 입고 생활하였는데, 언뜻 그 모습을 보면 쓸쓸한 시골 놁은이 같았다.


그때 유씨 성을 가진 선비가 흥천사를 찾아왔다.


그는 새로 과거에 급제하였는데 절에 와서도 교만을 떨며 과거에 합격한 것을 뻐겼다.


하루는 승방에 이르니 초라한 늙은이 하나가 구운 흙덩이처럼 혼자 앉아 있었다.


선비는 대스럽지 않게 여기고 곧장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거만하게 앉아 늙은이에게 물었다.


"노인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허성이 대답도 하기 전에 선비는 갑자기 노인의 벼루와 붓을 빼앗아 먹을 듬뿍 묻혔다.


그러고는 붓을 휘들러 벽에 시 한 구절을 적었다.


"계수나무 숲의 한 가지요, 곤산(崑山)의 한 조각 옥이라."


그 구절을 본 허성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촌(寸)이라는 글자는 아마 편(片)을 잘못 쓴 것이 아닐까 하오"


선비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라 물었다.


"노인장께서도 글을 아십니까?"


"거칠개나마 조금 알고 있소."


그러나 선비는 한참동안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방에서 나왔다.


그때 관복을 입은 관리 한 사람이 걸어오다가 선비를 보고 물었다.


"이조판서께서는 잘 계시는가?"


선비는 그만 까무러칠 뻔하였다.


"그럼 저기 있는 늙은이가 .....?"


선비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달아나 버렸다.


허성은 이조판서로 있다가 부모의 삼년상이 끝나고 다시 복직하였다.


그때 허성은 문득 거울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외쳤다.


"아! 내 늙음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 줄은 몰랐구나!"


허성은 곧 사직하고 다시는 벼슬에 나오지 않으니 그때 그의 나이 60여세였다.




허성(許誠)


1382년(우왕8) ~ 1441년(세종23).


본관은 하양(河陽)이며 자는 맹명(孟明)이다.


한성부판윤을 지낸 허주(許周)의 아들이다.


1402년(태종2) 식년문과에 동진사(同進事)로 급제하여 예문관검열을 거쳐 사간원 우정언이 되었다.


그뒤 형조, 예조, 병조의 좌랑을 거쳐 1411년 지평에 올랐다.


여러 벼슬을 거쳐 1431년 대사헌에 올랐고, 곧이어 형조참판과 예조참판을 지낸 뒤 경기도 관찰사가 되었다.


1435년 예조판서에 올랐으나 병으로 사임하였다.


이듬해 동지중추부사가 되고, 1438년 중추원사를 거쳐 이조판서가 되었다.


1440년 예문관대제학에 이르러 병으로 사임하였다.


성격이 강직하고 불의를 못 참았으며, 총명함으로 왕의 총애를 받았다.


시호는 공간(恭簡)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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