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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장진] 해미읍성에서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6일
 
ⓒ 포천신문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성문 들어서 잠시 발걸음 모으고
보이는 나무 두 그루를
안단테보다는 라르고로 바라 봅니다
슬픔과 회환이 주는 처연함과 경건함
감정과 생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가시 많은 탱자나무는 그냥 놔 두고
행운과 출세 그리고 학자를 나타낸다는
땅거미 물고 있는 호야나무
그 나무에 시선을 주면 됩니다
남루한 모습일지라도
그 나무가 당한 시련은 깊고 깊어
거룩한 울림과 울음 그리고 아우성이
나무 속 살에 새겨 있을 겁니다
형틀로 사람 잡는 나무가 되었으니
그 참담함과 인고의 시간
가슴 저 밑에서 올라오는 먹먹함
명치끝에 한참이나 머물렀다 내려갑니다
여기서 저쪽에 선 느티나무는 어떻구요
한여름 날 그늘을 내어주며
속새에 일어나는 언어를 애써 무시하며
그 처절함을 속으로 삭히며 버텼을 모습을
그저 멍하니 있다가 발길을 돌리겠지요

호야나무는 그냥 두고
돌아 나오는 발길은
허접한 나의 몸을 쓰러지게 합니다.
나무의 시련은 길고 질깁니다
뉘 하나 아는 체 하는 이 없으니
긴 그림자 안고 있는 성문을 나서 보면
짙어지는 어둠이 쓸쓸합니다

장진 / 전 포천중학교 교장, 시집 아이리시커피 외 다수 출간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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