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성문 들어서 잠시 발걸음 모으고 보이는 나무 두 그루를 안단테보다는 라르고로 바라 봅니다 슬픔과 회환이 주는 처연함과 경건함 감정과 생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가시 많은 탱자나무는 그냥 놔 두고 행운과 출세 그리고 학자를 나타낸다는 땅거미 물고 있는 호야나무 그 나무에 시선을 주면 됩니다 남루한 모습일지라도 그 나무가 당한 시련은 깊고 깊어 거룩한 울림과 울음 그리고 아우성이 나무 속 살에 새겨 있을 겁니다 형틀로 사람 잡는 나무가 되었으니 그 참담함과 인고의 시간 가슴 저 밑에서 올라오는 먹먹함 명치끝에 한참이나 머물렀다 내려갑니다 여기서 저쪽에 선 느티나무는 어떻구요 한여름 날 그늘을 내어주며 속새에 일어나는 언어를 애써 무시하며 그 처절함을 속으로 삭히며 버텼을 모습을 그저 멍하니 있다가 발길을 돌리겠지요
호야나무는 그냥 두고 돌아 나오는 발길은 허접한 나의 몸을 쓰러지게 합니다. 나무의 시련은 길고 질깁니다 뉘 하나 아는 체 하는 이 없으니 긴 그림자 안고 있는 성문을 나서 보면 짙어지는 어둠이 쓸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