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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상식] 질병을 막아주는 장내 유익균과 친해지기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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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속에 있지만, 사실상 외부로 노출된 것과 다름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식도에서 항문까지 ‘장’입니다. 장은 음식물부터 약물과 먼지까지 외부물질이 통과하는 장기입니다. 당연히 이런 외부물질을 따라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같은 각종 미생물도 따라 들어옵니다.

외부물질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장은 피부와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피부는 씻어서 균을 제거할 수 있지만, 장 안에 들어온 균들은 그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장 안은 각종 균들이 배양되기 좋은 영양분과 온도가 유지되고 있으니, 장은 ‘미생물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에는 약 1000종류나 되는 미생물이 살고 있고, 그 수는 1000조 개에 달하며 무게는 1.5kg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를 통칭하여 ‘세균총’이라고 부릅니다. 장 안에 이렇게 많은 미생물이 있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충격을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균들에게 먹이와 온도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대신, 이 세균총은 음식물 분해와 소화를 도와 영양분 흡수에 도움을 주고, 다른 나쁜 병원균이 살기 어려운 환경을 유지하며, 면역계를 자극하여 항체의 근원이 되는 물질은 만들어 내는 등의 우리에게 도움을 주면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잘 유지되고 있는 장내 세균총이 여러 이유들로 균형이 깨지고 교란이 생길 때입니다. 서구화된 식습관, 오염된 음식, 그리고 약물 등 때문에 장기, 단기적으로 악영향이 발생하게 됩니다. 건강한 성인의 장내 세균 구성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이 30%, 해를 끼치는 유해균이 5~10%, 나머지 60~75%는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간적 입장의 균인데, 이 중간균이 가장 세력이 큰 우세균입니다.

우세균인 중간균들의 특징은 건강한 장내 환경에서는 유익균으로, 유해균이 우세한 환경에서는 유해균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장내 세균총에서 유익균이 우세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균형이 깨졌을 때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단기적 악영향은 설사입니다. 감기 등으로 항생제 복용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후에 장내 세균총의 교란으로 발생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클로스트리디움’이라는 균의 득세로 심한 혈변을 동반한 장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기적인 유해균들의 증가와 다양한 질병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장증후군, 아토피, 알레르기 질환, 천식, 노화, 인지기능저하, 근감소증, 비만, 당뇨, 지방간, 우울증, 치매, 자폐증, ADHD, 조현병, 대장암 등 각종 종양질환 등과 같이 거의 모든 질환이 유해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내 환경의 균형을 교란시켜 유해균이 우세한 환경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육식 위주의 식사, 각종 정제 식품, 인스턴트식품, 스트레스 등 현대인들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꼽습니다. 이런 장내 유해 환경은 발암물질의 생산을 많아지게 하고 각종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암과 염증성 질환 등을 증가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아기일 때 장내에 유산균 등의 유익균이 많고, 성인이 되면서 점점 유해균이 많아지다가, 고령에서는 유익균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촌 노인들의 장내에 유익한 비피더스균이 많은데, 그만큼 나이가 먹을수록 급격히 줄어드는 유익균들을 잘 지키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장수촌 노인들은 잡곡, 감자, 고구마, 도토리, 마 등 식물성 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식물성 섬유가 비피더스균의 증식 인자로 작용한다는 것이겠죠.

만약 손씻기로 손의 균을 없애듯이, 아주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여 우리 장내의 균들을 모두 사멸시켜 무균상태로 만들면 질병이 없는 세상이 올까요? 순간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우리 인간에게 손해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면역 체계를 매일 조금씩 훈련시키고 단련시켜서 튼튼하고 훌륭하게 유지하게 교육하는 것이 장내 세균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이는 무균동물은 면역방어체계가 발달하지 않는다는 연구에서도 이미 밝혀진 이야기입니다. 속담을 빌리자면 ‘온실 속의 화초’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잔병치레를 많이 한 사람이 나중에 건강하다는 이야기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이죠. 우리가 미생물이 완전히 없는 곳에서 살 수 없다면, 우리에게 나쁜 발암물질이나 독소를 발생시키는 미생물보다는 좋은 영향을 미치는 균과 살아가면서 우리를 단련시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유익균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섬유질 많은 음식, 스트레스 적은 생활습관, 약물 오남용 방지 등은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잘 실행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부러 프로바이오틱스(우리의 건강에 유익한 살아있는 미생물)를 구매하여 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평소에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음식과 그 먹이가 되는 음식 등을 먼저 챙겨먹는 식생활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하겠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약물로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들이 장내 미생물 조성을 바꿨을 때 호전을 보였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그 중 하나로 최근 시도되고 있는 것이 대변이식술인데요, 언뜻 꺼림칙하고 생소하시지만, 현재는 안전성 확보도 많이 진행되어 꽤 많이 하는 시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항상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좋게 유지해서, 유익균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가장 첫 번째라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정식 일심재단 우리병원 제1내과 과장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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