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명 중 1명…증가하는 치매 환자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1960년대 50세 중반에 머물렀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2017년에는 82세까지 늘어났지요. 수명이 늘어난 만큼 치매 유병률도 덩달아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10%인 약 75만명이 치매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우리병원이 있는 포천시 역시 65세 이상 노인의 10%인 약 2400명 이상이 치매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주변 어른신의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치매,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겠지요. 혹시 내가 치매는 아닌지, 우리 부모님이 치매는 아닌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억력 저하에서 망상까지…치매가 의심되는 증상들 ‘치매’는 질환명이 아닙니다. 뇌의 노화 과정, 뇌 단백질의 이상, 혈관 문제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해 기억력, 언어능력 등의 인지기능의 저하를 일으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장애를 통칭해서 부르는 증후군의 이름이죠. 그래서 원인에 따라, 또 질환이 침범하는 뇌 부위에 따라 치매의 증상도 차이가 납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리모컨이나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현관문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고, 가스레인지를 켜둔 채 외출해버리는 ‘건망증’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망증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치매가 되는 건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감정적으로 우울할 때 건망증이 심해지기도 하니까요. 이런 걸 ‘가성 치매’, 즉 가짜 치매라고 합니다. 가짜 치매를 겪는 분들은 ‘내가 진짜 치매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게 되고, 우울감이 동반되는 게 특징입니다.
두 번째 증상은 ‘서툴러진 언어표현’입니다. 익숙한 사물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고,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토끼’가 생각나지 않아 “그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동물 있잖니”하고 묘사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도 합니다.
‘갑작스런 성격의 변화’도 치매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성격과 달리 화를 참지 못하거나 충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도 합니다. 이전과 달리 조금만 화가 나더라도 큰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길거리에서 그냥 소변을 보고 물건을 훔치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성격의 변화는 기억력 저하와 함께 올 수도 있지만, 기억력의 저하가 심하지 않아도 성격의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잘 하던 활동이나 행동을 쉽게 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정말 깔끔하던 할머니가 손주에게 사과를 먹으라고 씻어 주는데 곰팡이가 피어있는 경우도 있고요, 청결유지나 옷 입기 같은 일상생활 활동을 점차 못하게 되거나 어색하게 할 때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위치나 사람, 시공간에 대해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이 본인이 계신 곳이 어디인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혼란스러워 하실 수 있는 거죠. 이유 없이 집 밖으로 나가 배회하거나 집 안에서 짐을 싸고 허공에 손짓을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섬망’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매는 통상적으로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하루 중 증상의 편차가 크지 않고 일정하게 나타납니다. 반면, ‘섬망’은 급격히 증상이 악화되어 나타나고, 하루 중에도 증상의 정도가 수시로 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섬망의 증세를 보일 경우 어르신들이 신체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하고 원인을 치료해야 합니다.
끝으로 치매의 경우 ‘환각과 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이 마을회관에서 자꾸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흉을 보고 욕을 한다고 하고, 본인의 물건을 훔쳐간다고 하는 경우기 있는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치매가 고령화시대의 ‘아픔’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영원히 살 수는 없습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치매 환자도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의학 기술을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치료한다면, 증상의 큰 악화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의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급증하는 노인인구에 맞춰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치매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게 좋습니다.
60세가 넘으면 지역의 치매안심센터(포천시 보건소 내)에서 ‘조기 치매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면, 정밀진단검사비를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간이검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치매센터에서 개발한 “치매체크” 앱을 다운받으면 가능한데요, 이 앱에는 치매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운동법도 같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합니다. 치매 진단과 예방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치매상담 콜센터 1899-9988에 전화하여 조언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내 증상이 치매인지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된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정밀 진단을 통해 정확하게 나의 뇌기능이 어떤지, 뇌경색이나 출혈 등 확인해야 하는 기저의 문제는 없는지 알아본 뒤, 정확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치매는 일찍 발견한다면 약간의 건망증 정도로 관리 가능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견이 늦으면, 앞서 설명한 중증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또는 우리 주변의 어르신이 60세가 넘었다면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치매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게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