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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포천의 예술인(33)-서각인 추강 손상용

“書刻 알리는 일이 가장 큰 임무”
문지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8월 21일









 


두 번의 칼질만에 획 하나가 새겨진다. 얇은 모래 위에 물 흐른 자국이 남듯 그 새김이 매끈하고 거침이 없는 게 새긴 이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20여년간 꾸준히 서각을 해 온 추강 손상용(45), 포천시 신읍동 호병골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아 작업하는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나무 결을 제대로 볼 줄 아는 게 가장 중요하죠. 제결과 엇결에 따라 칼을 들이대는 기본부터 달라지거든요.”

그는 10여가지가 넘는 칼과 끌을 자신이 직접 제작했다. 또 ‘물레’ 기술을 착용해 칼날을 가는 도중 물이 계속 공급되는 도구도 발명했다. 칼날의 정교함과 오랜 수명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탄생한 것이다.

그는 “칼과 끌을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작품을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부터 그는 ‘각자(刻字)’의 명인 철재(鐵齋) 오옥진(중요무형문화재 각자장 보유자) 옹의 문하에서 이수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또 매년 오 옹 등과 함께 ‘철재 각연전’을 열어 서각의 맥 잇기에 나서고 있다.

“몰두할 수 있고 잡념을 없앨 수 있어 좋아요. 또 남들이 하지 않는 생소한 분야고 우리 전통을 이어가는 일이니까요.”

붓 대신 칼을 들게 든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를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99년 깊이울 유원지 부근에서 그가 경영하던 농장에 산사태가 들이닥쳤다. 이 재난으로 인해 농장이 무너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자신도 크게 다쳤다.

“그 때 도움 받은 것을 어떻게든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서각이었죠.”

그 이후 추산초교, 왕방초교 등 초등학교 평생교육과정이나 특기적성교육과정에 출강해 서각을 보급하고 전수하는 데 앞장섰다. 포천도서관에서 무료 강좌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내게 제일의 관심은 각을 어떻게 새길까하는 것이죠. 오로지 새기고 공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 다음은 학생들에게 서각을 보급하는 것입니다”라며 “아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한다.

팔만대장경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전통을 지닌 우리나라지만 현재 서각인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대해 그는 “서각은 심미성이 뛰어나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제격이어서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더군다나 그가 주로 하는 목판은 나무가 주는 친근감과 차분한 느낌 때문에 더욱 인기가 좋다.

그의 작품은 국립 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나 광릉수목원 내 정자 현판, 창수면 오가리 금수정 기문 등 포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문지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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