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지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한다. 가을은 책읽기 좋다는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그것은 이미 옛말이다. 요즘은 실내 온도를 사계절 거의 차이가 없이,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가 있어서 사시사철이 항상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조사 발표한 ‘2002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동안 한 권 이상의 일반 도서를 읽었다고 응답한 성인은 전체의 70%로, 10명 중 3명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인의 연간 독서 비율은 99년 77.8%에 비해 감소했고 학생도 99년 97.7%에서 2002년 89.6%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삼 독서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도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독서의 중요성을 알면서 왜 책을 읽지 않는 것인가?혹자는 말하기를 인터넷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신속하게 끌어낼 수가 있으니 책의 이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나 지식은 단편적일 뿐이다. 또, 그렇다면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는 독서인구가 많았어야 하지만 그렇지를 못했지 않는가. 요즘은 오히려 인터넷의 정보를 이용해 읽고 싶은 책을 쉽게 선택해서 읽을 수가 있어 더욱 편리해졌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들자면 첫째로 독서 습관이 붙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다. 독서 모임을 하다보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몇 번 참석하다가 흐지부지 그만 두는 사람들이 있다. 습관이 붙지 않아서 꾸준한 독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독서습관을 붙이자면 먼저 독서의 즐거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독서는 여행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여행할 때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떠나지는 않는다. 그냥 즐겁게 떠나서 다니다 보면 지리나 역사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지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며 교양을 쌓고 지식을 늘린다는 생각으로 하면 즐거움이 사라진다. 그냥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다보면 교양과 지식은 저절로 쌓이게 된다.
둘째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적인 여유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인디언들은 적과 싸우다 퇴각하는 중에도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서있다 가곤 한다고 한다. 이유는 자신의 육체가 너무 빨리 달려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영혼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들이 믿는 미신의 하나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우리 식으로 판단하면 놀라운 지혜라고 할 수가 있다. 우리는 정신없이 달리기만 한다. 급속도로 발달하는 문명에 젖은 채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해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삶의 의미나 자신의 정체성도 잃어버리고 만다.
이럴 때 책을 읽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위기에 처하거나 어렵고 힘들어도 지혜롭게 극복하는 힘이 생긴다. 여유가 있어도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는 사람과 바쁜 중에도 조각 시간을 내어 틈틈이 책을 읽는 그래서 무언가를 안에 채워 넣는 사람이 있다면 십 년, 이십 년 후에는 얼마나 큰 지적(知的) 거리감과 능력의 차이가 생기겠는가주 5일제 근무로 직장인들의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 그 여유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책의 무게만큼 깊이 있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