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포천의 예술인] 포천시립예술단 김영란 단장

예술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깊은 산 속에서 몇 달씩 칩거하며 쓴 글도, 지하실에서 혹은 다락방에서 세상과의 연을 끊고 그린 그림도 결국 세상에 빛을 보이기 위한 작업들이다. 자아성취나 스스로의 만족만을 추구해 결과물을 꼭꼭 숨기는 작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예술은 개인과 개인,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소통’을 위한 작업인 셈이다.

포천시립예술단 김영란 단장은 스스로를 ‘국악의 전도사’라 소개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현대인들에게 소개하고 체험하게 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하는 전도사 말이다.

국악을 전공하고 국악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무용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단장은 90년대 ‘기업연수우먼’으로 활동하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신명나게 전파하는 여성으로 명성을 날렸다. 레크레이션 1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있던 차라 강의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갔다. 목사가 전도하듯 조건 여하를 따지지 않고 부르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수했다. 우리의 가락과 소리를 아마추어인 대중들에게 전파, 확대시키는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강단에 서는 일이 즐거웠다.

김 단장은 우리 전통문화의 매력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민족혼이 담겨 있다는 것 자체”라고 피력한다.

“한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느 나라 음악보다도 신명나잖아요. 한의 소리이면서도 신명의 소리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우리 조상들의 생생한 숨소리 아니겠어요.”

김 단장은 “우리가 한국인임을 잃지 말아야 하며 우리의 뿌리를 찾자”고 강연 때마다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서양문화에 점령당한 지 오래다. 초등학교에서도 탬버린과 캐스터네츠 등 서양악기 위주로 음악시간을 편성하고 학부모들은 초등교육의 필수과목으로 피아노를 빼놓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전통문화에 길들여져야 해요. 남자들이 결혼해서도 어머니의 손맛을 요구하는 게 그런 이치 아니겠어요?”

국악 등 전통문화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배고파하면서도 서양문화의 잠식을 막기 위해 끝까지 우리 것을 지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 단장은 99년 대진대 출강을 계기로 포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문화 특강을 맡게 되었고 지난해부터는 포천시립민속예술단을 이끌고 있다.

“예술단을 맡을 때도 강단에 설 때와 마찬가지 심정이었어요. 우리 춤과 가락을 지켜나가기 위해 저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죠."

지금까지는 풀피리춤을 개발한 것 외에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포천 문화의 특징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계발해야 한다. 특히 다른 지자체에 비해 창단 시기가 앞서 시립예술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시선이 많다. 타의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시립예술단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단체로 성장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김 단장은 “단원 한 명 한 명이 정말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며 “시립예술단은 시의 단체가 아니라 시민의 단체예요. 시민들이 아끼고 관심을 가져줘야 더 발전할 수 있으니 많이 후원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