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소흘읍 초가팔리는 마을 남쪽으로 산이 높게 자리잡고 있고, 북쪽으로는 농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서울에서 북쪽으로 80리 거리에 있다고 하여 초가팔리로 불렸으며, 대대로 전주 이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었다.
전주 이씨 이민훈(53) 초가팔1리 이장은 이곳에서 태어나 군 복무기간을 제외하곤 지금까지 마을을 떠나 살아본 적 없는 초가팔리의 뿌리이자 산증인이다. 토박이다보니 마을에 대한 애착도 그만큼 남다르다. 새마을지도자로 5년을 봉사한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이장으로서 4년째 마을 일을 도맡으며 주민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마을 역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해 이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초가팔1리는 상운아파트 998세대를 비롯해 인창빌라, 유진빌라 등 총 1600여 세대에 인구가 5,200명에 달한다. 화현면 인구(3,100여 명)와 비교해보면 마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세대와 인구도 많이 유입됐고, 공장도 많이 들어섰다.
“마을 회의를 열어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원주민 위주로 살 때와 이장에게 전출입 신고를 할 때만 해도 가가호호를 다 파악하고 마을 사람들과 친분도 두터웠지만 지금은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화합과 소통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상운아파트 같은 대단위 단지가 들어서면서 아파트 자체 관리 운영이 시작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민훈 이장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평소에는 이장의 존재가치를 소홀히 하다 정작 애로사항이 생기거나 필요할 때는 이장을 맨 먼저 찾는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원주민이나 이주민 모두 초가팔1리 주민들이기에 ‘차별 없는 마을 행정’을 위해 뛰고 있다.
이민훈 이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초가팔1리 전체를 한 바퀴 돈다. 마을이 무사하고 안녕한지를 파악해야 하루가 편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1년에 꼭 한번은 마을 어르신 전체를 모시고 경로잔치를 베푼다. 그래서일까? 마을회관을 겸해 사용하는 경로당의 노인들에게 단연 인기다. 경로당에서 만난 우영기(63) 할머니는 “이장이 틈만 나면 먹을 것을 자주 가져 온다”며 “이러다간 이장댁이 망하겠다”는 ‘걱정’을 늘어놓는다.
이민훈 이장이 말하는 초가팔1리의 숙원사업은 초등학교를 유치하는 것이다. 인구 5천명이 넘는 마을에 학교가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교부지도 마련돼 있어 머지않아 학교가 들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송우리~갈월중 도로에 인도가 따로 없어 비가 오면 물이 차 지나는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포천시가 이곳의 인도를 우선적으로 설치해 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확신했다.
“이장을 하지 않았다면 10년 후배들과 얘기 나눌 기회도 없었을 겁니다. 마을을 돌고,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을 뵙고, 살기 좋은 마을을 가꾸기 위해 주민들과 수시로 대화하는 것이야 말로 이장만이 누리는 매력 아닐까요?”
↑↑ 이민훈 이장은 새마을지도자 5년에 이어 이장직을 4년째 맡으며 마을 일을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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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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