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2명의 여중생이 죽었는데 가해자는 없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지난 6월13일 양주군 도로변에서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 그런데 지난 20일과 22일 검찰과 변호인, 배심원 모두가 미군으로 구성된 법정은 장갑차 관제병 니노 병장과 운전병 워커 병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무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만약 이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어도 과연 무죄가 될 수 있을까? 유족과 시민단체, 국민들은 최소한 과실치사라도 적용될 것으로 보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최소한의 기대 자체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20일 니노 병장에 대한 재판에서 미군 검찰은 무기력하기만 했다는 것이 재판에 참석한 기자들의 증언이다. 이날 관제병 니노 병장 변호인은 모든 책임을 운전병 워커 병장에게 돌려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워커 병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모든 책임이 니노 병장에게 있다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받아 들여져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국 죄는 있는데 죄인이 없어져 버린 셈이 된 것이다. 그러면 2명의 여중생을 죽게 한 것이 장갑차란 말인가? 게다가 사건발생을 목격한 한국인 증인은 배제했다. 재판의 공정성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유치한 드라마에 불과한 재판을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군 두 사람이 무죄라면 과연 어린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2명의 여중생의 죽음은 천재지변이란 말인가? 더욱이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는 것은 장갑차가 멈추지 못했던 원인을 사망한 여중생에게 과실이 있다고 제기된 부분이다. 이후 전국 각처에서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하자 27일 부시 미국 대통령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재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종결되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소리로 들리는 정도의 표현이었다.
결국 한국인의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겠다거나,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재판관할권을 한국에게 넘기겠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유족들의 사과 요구를 거부하다가 한국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마지못해 사과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일 미군이 일본 여중생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일본 총리에게 직접 사과했던 점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무수행중 미군의 범죄는 1차적으로 미군이 재판관할권을 갖는다는 SOFA 재판관할 규정에 나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국 측이 재판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고 실제로 지난 7월 미군측에 재판권 포기 요청을 했다. 그러나 미군은 거절했다.
SOFA 재판관할 규정은 추상적인 문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명의 여중생 죽음에 대해 미군 측은 반드시 잘못된 점은 시인해야 하고 사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판관할권 문제 등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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