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일 포천시의 인사발령이 있던 다음날, 한 포천시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수십 년 동안 도시계획 결정이 보류돼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긴 하소연 끝에 포천시 공무원들의 무능을 질타하는 요지였다. 시민은 행복하지 못하고 포천시의 발전은 정체돼 있는데 공무원들은 서로 자리만 바꾸고 승진하면서 요란스럽다는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의 순환보직과 인사이동, 승진발령 자체가 반드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순기능이 있다. 보직을 바꿔가며 경험을 쌓아야 공무원의 경쟁력도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포천의 경쟁력도 올라가게 된다. 인허가 민원 부서의 경우 자리이동은 부정비리를 방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능력을 검증받아 승진했다면 축하받을 일이지 결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1년간 포천시의 인사기록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시설관리공단과 10개 사업을 위‧수탁 체결을 하면서 시설에 파견된 공무원들의 복귀로 직제개편이 불가피해 인사 대상이 많은 것은 이해되는 대목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년새 9차례 857명을 인사단행한 것은 인사의 목적인 적재적소 배치를 통한 업무효율화와 경쟁력 높이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특히 지난해 10월 487명이라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지 9개월 만에 155명을 자리이동시킨 배경이 궁금하다.
인접한 양주시청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혀 다르다. 특별한 행정조직 개편이 아니면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정기 인사발령시 자리이동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양주시청 관계자는 포천시의 이 같은 잦은 인사이동에 대해 ‘드문 사례’라는 반응이다.
빈번한 자리이동은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떨어뜨리고 업무공백과 태만을 야기하며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번 인사가 끝난 후 익명을 요구한 다수 공무원들의 반응은 이를 입증한다. 대규모 인사일수록 해당 공무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상대적으로 한직으로 내몰리는 공무원은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잦은 순환보직과 자리이동은 공무원들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요직이든 한직이든 인사발령 수일 전부터 일손이 제대로 잡힐 리 없다. 업무 인수인계도 부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며 새로 임명된 자리에서 업무를 파악하는데도 상당시간이 소요된다. 또 몇 달 지나면 옮겨갈 텐데 하는 생각에 본분을 다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연속성이 중시되는 복지서비스도 담당 공무원의 잦은 자리이동으로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잦은 인사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무책임성이다. 예를 들어 불과 1년 전의 인허가 민원을 파악하기 위해 담당 부서에 문의를 하면 십중팔구는 “발령 난 지 얼마 안돼 모르겠다”거나 “전임이 처리한 것이어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자리이동이 빈번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다른 자리로 옮겨가서 면책이 되고, 새로 와서 잘 몰라 면책이 되는 것이다.
최근 포천시는 희망적인 뉴스보다 그렇지 못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수도권개발 동북부축 전환에서 포천만 제외된 것도 그렇고, 민관군 협의체가 가동돼 해결기미가 보였던 축석~무봉간 도로개설도 군(軍)이 수백억에 달하는 탄약고 이전비용을 시에 요구해 난관에 직면한 상황도 안타깝다. 이외에도 포천시가 야심차게 벌여놓은 장밋빛 각종 도시계획들도 진보(進步)하지 못하고 있다.
포천시의 잦은 인사가 시민들에게 희망뉴스를 전하기 위한 치밀한 기획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방선거를 1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포천시의 인사단행은 그야말로 ‘이벤트’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