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린 ‘신정부의 스포츠·체육정책 토론회’는 해마다 몇차례씩 체육회나 체육관련단체에서 갖는 세미나의 일종이다. 그런데 갑자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바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추진했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자문위원(이창섭·충남대 교수)이 발제자로 나서는 바람에 ‘뭔가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발제자가 주장한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의 통합 ▲체육회와 한국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능 축소 ▲문화관광부의 체육부문 조직확대 등은 수없이 논의된 체육계의 현안이다. 그럼에도 ‘체육계의 구조조정’이라고 확대·해석된 것은 인수위라는 큰 힘이 실린 탓이다. 체육단체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사안들이라 당연히 체육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토론된 사항중에는 체육 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돼야 할 것도 있고 현실에 안맞는 이야기도 있다.문제는 인수위측에서 체육계 현상을 잘 꿰뚫고 있느냐는 점이다. 인수위에는 체육 관련 전문가가 없어 문화관광부에 프로젝트를 하나 던졌고 문광부에서는 그간 체육정책에 관해 연구를 많이 해온 체육과학연구원(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에 토론회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탓에 문광부의 조직확대, 체육과학연구원의 독립 등 ‘제밥그릇 챙기기’의 오해를 살 일도 생겼다. 체육계에서 인수위 발제자의 발표에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말이 발표나 토론이지 인수위 사회문화분과위에 회부돼 검토 수정을 거친 뒤 대통령당선자에게 보고되는 확정안인 탓이다.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할때도 이와 비슷한 소동이 일어난뒤 ‘없었던 일’로 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인수위에서는 체육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확고한 소신과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된다. 그 전제조건은 단순한 연구, 조사에 바탕을 둔 탁상공론이 아니라 전문가나 체육계 인사들의 여론을 폭넓게 수용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계의 아주 중대한 이슈는 ‘운동기계’로 전락한 중·고·대학 선수들을 바르게 육성시키기 위한 학원체육 정상화인데도 이날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토론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앞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돼 대통령당선자에게 보고돼야 한다는 것이 많은 체육인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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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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