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세하건데 난 그것이 그렇게 나쁜 짓인 줄 몰랐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심한 꾸중을 들었다. 3학년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부천에서 포천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정들었던 친구들, 그리고 나에게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쓴다고 만날 때마다 칭찬하는 이웃 어른들과 헤어지는 것이 섭섭했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이웃 어른들 게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쓰고 싶었다. 나를 인정 해 주시고 대단하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니 꼭 좋은 글을 써서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좋은 글이 머리에서 떠오르지 않아서 인터넷의 다른 사람의 미니 홈피에 들어가 보았더니 가나다라......파하를 가지고 운을 떼어 사랑의 말을 만든 것이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표현이고 내 마음과 같아서 그 글을 베껴 편지를 썼다. 내 편지를 받으신 아주머니께서는 우리 부모님께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써요, 정말 대단해요.” 하고 칭찬하셨다. 그때서야 편지를 보신 부모님께서는 집으로 돌아와 꾸중을 하신 것이다. “그 글 누가 쓴 거야?” “제가 쓴 건데요.”“아빠가 컴퓨터에 들어가서 조사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사실대로 말씀 드렸더니 아빠께서 꾸중을 시작하신 것이다. 저작권이란 단어도 그 때 처음 알았다. 난 내가 왜 아빠께 꾸중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빠께서는“그 글들이 저작권 등록이 되어 있든 되어있지 않든 남이 쓴 글을 몰래 퍼 와서 자기 글인 것처럼 쓰는 것은 물건 도둑질보다 더 나빠. 왠 줄 아니? 열심히 노력하여 얻은 예술적 문학적 정신적인 노력의 재산들을 다른 사람들이 마치 자기 것인 듯 마구 베껴서 사용한다면, 심혈을 기우려 작품을 그리거나 쓰는 사람들은 재산에도 손해를 입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이 의욕을 잃을 것 아니겠니? 그러니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죄를 짓는 것이지. 그리고 너처럼 남이 써 놓은 좋은 글이 어디 있나? 하며 검색이나 하고 있으면 창작은 영영 할 수 없게 되는 거야. 평생 글 도둑질하고 살래? 지금 알았으니 다행이지 네가 모르고 남이 쓴 글이나 그림을 네 작품인 척 퍼 돌린다면 너는 감옥에 가던지 많은 벌금을 내야 하는 거야. 하셨다. 그 후에 생활 하면서 느낀 건데 아빠의 말씀이 옳은 것 같다. 난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 가끔 교실 뒤에 내 그림이 붙어 있기도 한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시간이 되면 몇몇 친구들은 뒤에 붙어있는 내 그림을 보고 그린다. 그럼 생각하면서 그리느라고 어딘가 부족 해 보이는 내 그림보다 보고그린 다른 친구들의 그림이 더 잘 그린 것 같아 보인다.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화난다고 말씀드렸더니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 못 들어 보았어? 너희들은 전문 화가가 아니고 배우는 과정이니까 화 내지마.” 하셨다. 나에게는 도둑질보다 더 나쁘다고 소리소리 치시면서 화내시더니 친구들이 그림 베끼는 것은 괜찮다고 하시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부터 내가 그림을 더 잘 그려야지.’ 하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고 ‘에이, 다음부터 그림 안 그려.’ 하고 생각 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정도니 전문 화가나 작가들은 더욱더 작품에 대한 의욕을 잃을 것 같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 모든 사람들의 창의적인 정신세계를 위해서라도 남의 그림을 똑같이 모방하여 그리거나, 남의 글을 내 글인 듯이 몰래 베껴서 창작하는 작가나 화가들의 의욕을 짓밟지 말아야겠다. 아빠께 꾸중을 들은 후 나는 소원이 생겼다. 언젠가는 이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그 소원이 이루어 질 때 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며칠 전 TV에서 제자의 논문을 베껴 써서 손가락질을 당하는 교수님을 봤다. 그 교수님에게는 우리 아빠와 같은 아빠가 없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