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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창종의 <포천 이야기> (88)-‘귀밝이 술(耳明酒)’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찬술 기운 스며들어
귓부리에 통하니
묘시에 마심이
제일좋다 들었노라.
나에게 술권하려 애쓰지 말라
내가 본래 거짓으로
귀먹은양 했노라
(한양세시기)
「귀밝이술에 관한 시」


‘귀밝이술’은 ‘이명주(耳明酒)’라고 하는데 세시기에 따라서는 ‘명이주’, ‘유롱주’, 이총주’ 등으로도 불린다. 맑은 술 즉,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는 것이다.
‘귀밝이술’을 마시는 풍습은 내 고향 포천뿐 아니라 전국적인 풍습이다.
(정월대보름날) ‘귀밝이술’을 마시면 귀가 잘 들릴 뿐만 아니라 1년 동안 좋은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마시는 계층은 따로 없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마시는데 아이들의 경우는 어른이 부르면 귀가 밝아져 잘 듣고 대답하라는 뜻이라 한다.
요즈음 대학 입시를 백일 앞두고 ‘백일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어 남녀 학생들이 술을 마신다는데 백일주가 과연 대학 입시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는 필자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국 사람은 문을 꼭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술을 먹었는데 이는 서민이 술을 먹고 얼굴이 붉어지면 관원이 잡아다가 죽이거나 벌을 주었다는 관습에서 유래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제례의식에서도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쓰고 있다.
우리 나라 풍습으로는 술을 처음 배울 때 어른들 앞에서 배우고 또 어른들은 술 먹는 예절을 가르쳤다.
어른들이 아랫 사람들에게 내리는 하사주를 받고도 헌주 반배를 하지 않는다든가 술을 마시고 어른들이나 선배에게 함부로 대하고 행패를 부리는 못된 버릇은 출세에도 크게 지장을 초래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아, 그 사람 말인가? 말술을 먹고도 옷매무새 하나 흩어지지 않는 매우 점잖은 사람이야”
바로 출세하는 자의 바른바른 자세이기도 하다.
포천 사람들이 점잖기로 이름난 것도 바로 점잖은 술버릇 때문이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멋스러운 선비다운 미풍의 전래됨이었으리라.
☞필자 연락처 02)932-2434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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