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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태안반도의 검은 눈물

윤순옥(전 포천의제21협의회장)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1월 24일

안개가 소리없이 온세상을 품어안고 있다. 새벽5시! 미로 같은 안개터널을 버스는 태안을 향해 서서히 달리고 있다. 기름유출사고이후 온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보지 않은 마음이 죄스럽기까지 했었는데 내가 함께 했던 포천의제21에서 추진해 40여명이 떠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활동할 수 있는 안내와 돌아올 때까지 무사귀환을 설명하고 준비된 간단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조용한 가운데 10시가 조금 넘어 버스가 도착했다. 준비한 우의와 장화로 작업태세를 갖춘뒤 우리가 일할 수 있는 바닷가 까지는 도보로 2km를 걸어갔다.

유출사고현장에 임시도로를 만들었는데 바다의 풍광과 잘 어우러진 야산허리를 사정없이 잘라야했고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커다란 나무토막들이 보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물이 빠진 뒤 굴양식장과 김양식장에 썰렁한 설치물들이 버티고 있고 알맹이 없어진 굴껍데기들이 디룽거리고 있어 엄청난 재앙의 사연을 말해주는 듯하다.


풍요로운 바다에는 갈매기가 쉼없이 날고 있을텐데 갈매기 그림자도 소형어선도 한점 보이지 않아 쓸쓸한 사해같은 느낌이 든다.


곳곳에 많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닦고 있어 우리들도 오염도가 심한 곳을 찾아 부지런히 일을 시작했다.


처음 상황보다 거의 한달이 지났으니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작고 큰 바위돌에서 검은 눈물이 따스한 햇빛을 받고 연신 흐르고 있다. 굳었다 녹았다 하면서.....


1월의 날씨 답지 않게 포근해서 서투른 일솜씨도 능률은 올릴만큼 최고의 날씨였다. 크고 작은 돌들은 엎었다 제쳤다 하면서 닦아내니 끼고 있던 노란 고무장갑은 어느새 꺼먼기름 장갑이 되었다.


오고가는 시간을 제하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4~5시간에 불과하다. 수십만명이 다녀간 흔적은 이나마 원래의 모습을 향해 가고 있지만 바위속 깊은 곳에 질척한 원유가 아직도 많다.


닦아낸 기름걸레의 산더미같은 폐기물! 거기에다 우의, 장화까지 엄청난 페기물이 산처럼 쌓여있어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금방이라도 통곡으로 바뀔 것 같다. 태안군청에서도 사용했던 장비들을 질서있게 보관하면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어 페기물 양을 줄일 수 있을 텐데 한번 쓰고 버린 것은 페기처분만 기다리고 있으니 이 사고의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해서 아름다운 태안반도를 황폐화시킨 책임은 그들에게 꼭 지워줘야 한다고 생각된다.


바다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던 어민들의 분노의 모습은 볼 수 없고 복구에 지친 그분들이 이 겨울을 어찌 보낼까 생각하니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쓰던 장비들을 놓고 올려고 하니 태안군청 직원이 "가져가시는 것이 도와주는 겁니다."오죽하면 그런말을 그럴까? 하면서도 답답했다.


다시 챙겨서 차에 싣고 오면서 다시한 번 갈 기회를 마련해 다시 쓰자는 제안을 했다. 기회가 닿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은 가고 싶다고 다들 말한다. 좀더 참여인원이 많아서 태안반도의 옛모습을 찾기 위해 쉼없이 검은눈물을 닦아내야 한다.


헌 수건, 부지포, 이런 것으로 닦아야 좀 잘 닦여지지 나이론 섬유는 힘만들고 닦여지지가 않아 면 종류의 헌옷, 수건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한 순간의 부주의가 이처럼 고통의 재앙을 불러일으키니 거기에 대한 예방책으로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세우고 인원을 참여시켜 훈련도 하고 했다지만 이번 사고에는 무용지물이었다니 피같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킨다. 어려울 때 하나가 되는 저력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성이 지금도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살리기 위해 모든 이들의 마음이 태안을 향하고 있다.


맑은 하늘이 거울처럼 투명하다. 살아 숨쉬는 자연의 모습을 하늘을 향해 소원해본다. 자연의 힘으로 태안반도의 옛모습을 지켜주십사하고.... 밤이 어두워 돌아오는 길 모두 힘들었다. 소리는 없었다. 봉사할 기회가 있으면 다시 불러 주세요. 그처럼 고마운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감사한 마음 가슴 가득히 담고서......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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