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진대에서 열린 ‘고3수험생들을 위한 연극공연’을 끝내고 계단을 내려서는 희극연출가 이희용 씨(39·포천연극협회 지회장)를 만났다. 이날 공연은 올 한해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공연이었다.
“연극 한 편을 끝내고 나면 아쉬움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관객을 보며 깊은 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듯한 상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하나의 죽음을 본 듯한 허무함이 더 크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이었기에 시원함이 훨씬 클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는 소감이었다. 82년 포천종고 연극반에서 ‘리투아니아’라는 연극에 처음 참가한 후로 한 해도 연극을 손에 서 놓아본 적이 없는 이희용 씨. 한 가지 목표를 완성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기까지 쉼 없이 노력하는 그의 성격에서 비롯된 일이다.
물론 난관은 수도 없이 많았다. 특히 결혼 후 첫 자녀를 낳았을 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은 그를 연극 포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연극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아이의 이름을 ‘예술’이라고 지었다. ‘예술이 아빠’라고 불려지면 스스로도 책임감을 갖고 쉽게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였다. ‘연극에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그 신비한 ‘마력’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대본이 쓰고 싶어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내면에서 연극을 전공으로 하고 싶다는 갈구가 끊임없이 치밀어 올랐다. 결국 대진대 공연영상학과 석사과정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기회가 되면 박사학위까지 도전해 볼 셈이다. 지역극단과 대학과의 활발한 연계를 통해 반월아트홀을 중심으로 더 수준 높고 섬세한 작품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향유케 하고 싶은 바람의 발로다.
현재 그는 포천의 정체성을 살린 소재를 대상으로 작품을 집필중이다.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그리고 지역에서 먼저 발표된 뒤 중앙무대를 거쳐 해외까지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극히 포천을 사랑한다”며 “‘포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은 모두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그이기에 지역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담긴 작품 집필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그가 ‘포천’ 이외에 또 무한한 애정을 갖는 단어는 ‘정직’. 문자화된 것을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형상화시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것이 연극이기에 ‘정직’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정직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사람은 살아볼만한 세상에서 꼭 살아봐야 한다는 것을 심어주고 싶다”는 그의 연극은 이처럼 희망적이고 자기극복적이며 발전적이다.
“항상 내 속에 숨어있는 나를 찾는 작품을 추구하죠. 나도 저 주인공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앞으로 저런 경우가 될 수 있겠구나…. 연극은 살아 볼 만한 생의 단면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