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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인생, 그 끝에는 미소가 있음을

춤꾼 한동엽, 아트홀서 두번째 공연
문지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17일 오후 6시, 주말도 아닌 평일. 게다가 문화의 볼모지라 불리던 포천에서 무용 공연이 올려진다는 생각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여기에는 살을 에이는 바람까지 무게를 얹었다.

공연 10분 전, 반월아트홀 소공연장에 들어서니 제법 관객이 찼다. 자리가 부족했던지 양쪽 통로에 앉은 사람도 여럿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족끼리 온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대를 품은 듯 약간은 상기된 분위기다.

6시 정각을 약간 넘긴 시간, 해설자가 등장해 1부 공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시작한다. 그녀의 퇴장과 함께 불이 꺼지고 쪽진 머리의 여인들이 등장해 구성진 우리 가락에 맞춰 우아한 몸짓을 연출해낸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죽선에 담아 보내는 작품 ‘여인의 향기’다. 색색의 옷을 입은 여인들이 점점 빨라지는 가락에 흥겨움을 담아 빙그르르 도는 자태가 사뭇 아름답다.

다음은 오늘 무대의 주인공인 춤꾼 한동엽이 ‘운정 한량무’를 선보인다. 마치 한 마리의 고고한 학인 양 백색의 옷을 갖춰 입고 도포자락을 들썩이는 몸짓에서 한껏 풍류가 뿜어져 나온다. 바쁜 일상 속에 쫓겨온 현대의 관객들에게 질투를 자아내게 할 정도로 무대 위의 춤은 여유가 있다.

이 밖에도 남성적인 절제미를 한껏 뽐내는 ‘판굿’ ‘소녀의 꿈’ 등 5분 안팎의 무용들이 개성을 발산하며 1부가 마감됐다. 풀피리의 대가 오세철의 찬조출연도 더해졌다. “잠깐만 보고 가자”던 옆자리의 관객들은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각 프로그램마다 대부분의 관객 시선이 무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 하다.

2부 무대는 갖가지 시련 속에서도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의 삶을 표현했다는 ‘보이지 않는 나’가 장식했다.

깜찍한 아이들이 등장해 순수하고 맑은 동심을 그려내는 가 싶더니 금새 격정의 무대로 바뀐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무용수들의 거친 움직임이 이어진다. 고독과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중저음의 음울한 분위기가 무대를 휘젓다가 마침내 환한 하늘이 드러난다. 춤꾼 스스로의 삶의 소용돌이를 표현한 작품일 터이다. 자아 속의 충돌과 그 극복과정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상실과 고난을 통한 외길 인생, 그 끝에는 미소지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말이다.

작품이 전개되는 내내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들린다. 공연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음을 객석의 분위기가 말해주고 있었다.

무대를 찾은 동기가 무엇이든 돌아가는 길에 문화에 대한 벽을 하나씩 무너뜨릴 수 있는 감동을 전해주는 것,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맛보고자 하는 그 희열을 춤꾼 한동엽은 오늘 느끼지 않았을까?


문지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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