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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戊子年의 쥐 이야기

박동규(영북노인대학장)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1월 02일


대망의 무자년(戊子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쥐는 지구상 전 지역에 살고 있는 설치류 포유동물로 야행성이 강하고, 번식력이 매우 높은 잡식 동물이다. 그래서 웬만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이 강하여 급속도로 번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집쥐·들쥐·새앙쥐·얼룩쥐 등 10여종에 달하는 쥐의 종류가 있다고 한다.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이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과 자손을 많이 거느리게 된다고 하는 속설이 있다. 그리고 쥐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어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근면의 동물로 재물·다산·풍요·기원의 상징으로써 알려져 있다. 또 쥐는 선천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습성이 강한 동물이다.
쥐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40년대 이전에는 쥐약이 없어 쥐의 번식을 막을 길이 없고 돛을 놓기는 했으나 피해를 줄일 수가 없었다.
밤이면 서배들이 집단적으로 벽·천장·방바닥·문 등을 닥치는 대로 뚫고 마구 더나들면서 저장한 곡물을 훔쳐먹어 서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먹지도 않으면서 웬만한 생필품을 쏠아서 망쳐버려 그 피해가 매우 컸다. 이처럼 쥐가 물건을 쏠아서 결딴내는 것을 서파(鼠破)·서설(鼠齧)이라고 하는 낱말이 등장했다.
그 당시 농가에서 음력 정월 첫 쥐날에 쥐를 쫓는다는 뜻으로 논뚝·밭뚝에 마른풀에 불을 놓았다. 필자가 유년시절을 보내던 농촌에서 쥐불놀이를 하다가 옷에 불똥이 튀어 부모님의 걱정을 듣던 일이 어언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당시 동네에는  병자년 쥐띠 동갑네가 너덧 명이 서로 힘자랑·공부자랑하면서 다투며 성장했는데 6.25때 뿔뿔이 헤어져 그 후에 소식으로 유명(幽冥)을 달리하고 불편한 생활을 한다고 하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금할 길이 없구나.  
50~60년대 외국에서 구호양곡(救護糧穀)을 선적해 입항할 때 곡물 더미 속에 숨어 들어온 쥐의 번식이 급속도로 널어나 창고에 살충제를 살포했지만 그 가운데 생존해서 다시 번식했기 때문에 피해가 커 쥐의 박멸(撲滅)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쥐 잡는 날을 정하여 쥐잡기 범국민운동까지 벌렸지만 쥐는 계속 번식하게 되었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쥐를 잡아 꼬리를 잘라 오게 하여 수합(收合)해서 시상까지 했던 일이 회상된다.
쥐를 나타내는 글자로 지지(地支)에서는 자(子)로, 일반적인 쥐는 서(鼠)로 표기하였다. 서(鼠)에는 쥐의 습성인 훔치는 의미와 우물쭈물 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는 쥐를 "혈충 사수선도(穴蟲 似獸善盜)"-구멍에서 살면서 훔치기를 잘하는 짐승-이라 했고, 우물쭈물 하다는 의미로는 "수서량단(首鼠兩端)"- 쥐는 의심이 많아서 구멍·구덩이에서 머리만 내밀고 관망하는 것처럼 양편 중 즉 기로(岐路)에서 어느 것을 택할 지 진퇴와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관망함-이라는 말을 통해 보신주의(補身主義)·기회주의(機會主義)·부화뇌동(附和雷同)의 의미로 군자·대장부·선비의 정신과는 멀다고 하겠다.
또 쥐는 구멍을 파 두고서 먹을 수 있는 곡식·과일 등을 훔쳐 날라다 저장해 두고 먹는 습성(習性)이 있어 서적(鼠賊), 서도(鼠盜), 서절구투(鼠竊狗偸)·양상군자(梁上君子) 등의 한자어에 등장하기도 한다.
쥐는 덩치가 작지만 약삭빨라 인간에게 비유(比喩)하는 말로 쥐처럼 재빨리 달아나 숨는 것을 서둔(鼠遁)이라 했고, 서복(鼠伏)은 쥐처럼 몰래 재빠르게 숨는 것을 나타내고, 그밖에 음서(陰鼠)․은서(隱鼠) 등의 단어도 있다.
쥐를 하찮게 여겨서 보잘 것 없는 소인(小人)들에 비유해 서배(鼠輩), 담력(膽力)이 약해서 흉보는 말로 서담(鼠膽), 재력(才力)이 변변치 못해 쓸모없는 것으로 서기(鼠技), 견해가 하찮은 좁은 모양으로 서목(鼠目)이라고 했고, 서간충비(鼠肝蟲臂)는 쥐의 간과 벌레의 팔로 모두가 하찮은 것을 나타낸 말이다.
궁서설묘(窮鼠齧猫)에서 궁(窮)자는 궁색(窮塞)하다의 의미요, 설(齧)자는 물다·깨물다 의미요, 묘(猫)는 고양이이므로 사지(死地)에 몰린 쥐는 죽기로 하고 고양이를 깨물음으로 궁지에 몰린 약자가 강적에게 필사적으로 반항함을 말하고, 조궁즉탁(鳥窮則啄)이란 말로 항차 새도 쫓겨 진퇴가 궁하면 도리어 상대를 주둥이로 쫓음으로 약한 자도 궁지에 몰리면 강적에게도 대항함을 뜻한다.
쥐가 몸집이 작아서 하찮게 생각하고 여기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쥐구멍, 쥐꼬리만 하다, 쥐방울만 하다, 쥐뿔도 모른다, 쥐새끼 숨듯이, 쥐 잡듯이, 쥐 죽은 듯 하다." 등은 순 우리말의 낱말로 우리말의 우수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라는 속언(俗言)이 있는데 여건이 여의치 않아 몹시 고생하는 사람도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때를 만나 운이 트일 날이 있음을 말해 주어 실의(失意)에 찬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쥐는 다산의 동물 중 대표적인 동물이다. 덩치는 작지만 번식력이 왕성하여 임신기간이 불과 3주, 출산 후 바로 발정(發情)하여 교미(交尾)하게 되어 한 쌍의 쥐가 10마리씩 연간 5회 이상 새끼를 낳는다는 계산이고 보면 엄청나게 번식하여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나게 된다. 오늘날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다산의 상징으로 인간들의 부러움을 사게 된다.
쥐는 우리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 중 서적(鼠賊)·서파(鼠破)로 피해를 많이 주고 있으나 근간에는 의학실험용으로 인간에게 이용되고 있다. 이인투어(以蚓投魚)- 미물(微物)인 지렁이도 물고기가 좋아 한다-라고 했으니 보잘것없는 동물도 쓸모가 있지 않는가 한다. 인간 사회에서 상대방을 하찮게 여기고 폄하(貶下)하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하겠다.
무자년(戊子年) 2월 25일에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다. 쥐띠 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처럼 새로운 국정(國政)이 온 국민에게 풍요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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