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 화선지 위로 진한 묵향이 서서히 스며들 때 온 마음을 붓 끝에 실은 서예가는 세상사를 초월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화선지 위의 조화에 집중하는 그는 더 이상 세상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는다.
“나는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야.”
포천 미술협회의 제2대 지회장으로 5년째 미협을 이끌어가고 있는 양재창(사진) 회장이 ‘서예’에 관한 화두를 던지자 내뱉은 첫 마디다.
1948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22년여의 교장 경력을 거쳐 93년 정년퇴직까지 무려 45년 6개월간 교단을 지켜 온 양 회장이다. 예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저 붙들고 있는 그 자체가 좋아서”인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한학을 연구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소에 서예에 관심이 많았던 양 회장은 퇴직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서예공부를 시작했다. 한문서예분야에서 꽤 이름을 날리는 우죽(友竹) 양진니 선생에게 3년 동안 사사한 것. 일주일에 한 번씩 포천에서 서울까지 가야하는 먼 길이었지만 그 여정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었다.
“술 한 잔을 먹고도 꼭 자다가 깨서 붓을 들어야 해. 두 시간씩 꼭 쓰고 자야지 안 쓰면 밥을 안 먹은 것보다도 허전해.”
요즘에도 새벽 1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글씨를 쓰고 누우면 ‘아! 내가 오늘도 하루를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하루가 마감된다.
그동안 출전한 몇 몇 대회에서 두 차례의 특선과 한 차례의 입선 등을 거쳐 예총 회원이 되었다. 처음 16명으로 시작한 미협이 이제는 40여명으로 늘었으며 그 중 유능하고 저명한 작가도 많다.
양 회장은 “얼마 전 열린 제6회 미협 정기전을 생애 가장 보람 있게 치렀다”며 “이제 어느 정도 포천의 예술 기반이 마련됐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포천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양 회장은 최선을 다해 임할 계획이다. 물론 기력이 다할 때까지 서예를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