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통일 후 토지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 23 보상 원칙

보상 원칙은 해당 재산의 매각을 전제로 하여 원소유자에게 몰수 토지 가격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원물의 반환을 허용하더라도 거래 안전을 저해하거나 투자 장애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로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 한하여 몰수토지의 반환을 인정한다. 이 방안은 사유 재산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반환 원칙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으나 반환 원칙이 유발하는 원소유권자 확인 작업의 기간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어 확인 작업기간의 장기화로 초래될 투자 장애요인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원칙은 통일 한국 정부가 북한 지역 내 토지의 이용자인 북한 주민들의 토지 이용권을 계속하여 인정하여 북한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계속적인 생산 활동을 보장할 수 있어 통일 후 사회 통합을 빨리 이루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또 소유권 관계의 불명확이라는 투자 장애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대북한 신규 투자의 유치를 활발히 할 수 있어 통일 후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경제 개발과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보상 원칙은 반환 원칙에 비해 통일 정부에서 통일 초기 북한 지역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종합적인 국토개발 계획과 경제재건 계획의 수립을 신속하고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조속한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고, 통일 후 국가가 토지를 관리·처분함에 있어 북한 지역 내에서 예상되는 각종 부동산 투기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체제와 개발 정도가 상이하였던 분단국이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 질서에 통합되는 과정에서는 통합 당시의 이용권자에 대한 생활 보장적 배려와 이를 통한 양 지역 주민들 간의 생활 수준의 균등화는 통일시 국가가 당해 재산 가치에 대해 완전한 처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제23조 3항)에서 규정된 바와 같이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기본권의 제한이 가능하므로 원소유자에게 몰수된 재산 가치 자체의 반환 대신 적정한 보상을 하는 것도 헌법 이념에 합치된다고 볼 수 있어 보상의 원칙은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 이념과 사유 재산권의 공공 복리성에 합치되며 북한 당국 및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거부감과 위화감을 줄임으로써 통일 과업 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보상 원칙은 원칙적으로 원물의 반환을 부인함으로써 자유시장 경제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사유 재산권의 보장에 소홀한 점이 있다. 비록 보상을 할지라도 완전한 기본권 보장을 구현할 수는 없으며 또한 원소유자의 확인과 관련하여 재산권 분쟁의 폭주와 원상회복 대상인 재산 가치를 평가하여 적정 수준의 보상액을 결정함에 있어 복잡한 업무가 새로이 발생하게 된다. 보상 금액의 산정에 있어서 당시 가격, 현재 시가, 미래의 예상 가격 등 다양한 기준이 존재할 수 있기에 이러한 기준의 결정도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보상 원칙은 북한 경제 원조비용 외에 토지 보상에 대한 재정 부담이 있어 일반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거세질 수 있으며 막대한 보상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통일시 토지이외에도 각종 사회 영역을 통합함에 있어서의 비용이 막대하기에 지가 보상액의 부담은 통일 후 국가 재정의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북한 토지의 원소유권자에게 구소유권을 인정하여 그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는 경우 북한 주민들의 토지 이용권 등의 기득권 보호에 미흡할 경우, 남북한 주민 간 소득 격차 해소에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보상 원칙은 투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지만 북한 지역에의 투자를 촉진하는 적극적인 방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